위기극복에는 ‘현실인식’이 우선이다
위기극복에는 ‘현실인식’이 우선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1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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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3조원이 넘는 파업손실을 입힌 현대차 노조가 또다시 파업 광풍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에도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노조의 파업행보로 자사는 물론 수많은 협력업체도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전체가 8월 위기설에 휘말릴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계속하는 것은 위기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에 매출 24조380억원, 당기 순이익 9천1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무려 48.2% 감소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차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전체 판매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시장의 판매부진에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해외에 185만3천559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9.3%나 감소한 것이다. 특히 ‘사드 직격탄’을 맞은 중국 판매시장은 30% 가까이 줄어든 36만1천대에 그치며 시장점유율도 3%대까지 추락했다. 또한 상반기 미국 판매량도 7.4% 감소한 34만6천대로 뒷걸음쳤다. 더욱이 이 같은 판매부진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다 현대차의 인건비 비중은 산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에 따르면 50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5.9%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동차 업종은 두 배 가량 높은 10.2% 수준이고 현대차는 15%가 넘는다. 자동차 업종이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절대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세계 1위 메이커인 독일 폭스바겐(VW)의 9.5%에 비하면 현대차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현대차는 해마다 이어지는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로 기술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고 있다. 더욱이 신입사원의 연봉도 6천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인건비 비중이 치솟는 것은 현대차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이다. 자동차산업의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커 불합리한 임금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높은 임금 만큼 생산성이 뒷받침되는 것도 아니다. 현대차 해외공장들과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국내공장의 생산성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낮은 생산성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무태도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예로 국내공장에서는 근무 중 휴대폰 통화를 하거나 잡담을 주고받는 것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반면 미국 앨라배마 근로자들은 휴식시간에 통화를 하다가도 휴식 종료벨이 울리면 휴대폰 전원부터 끄고 작업에 복귀한다. 근무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4번 적발되면 해고되기 때문이다. 국내공장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메이커 간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자 외국자동차 노조들은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그들은 이중임금제 도입, 파업 전면금지, 임금동결을 수용한다. 이는 장기간 실직을 경험한 근로자들이 일자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기 회사를 협력이 아닌 ‘투쟁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언젠가는 시장(Market)으로부터 엄청난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해외노조의 이 같은 변신은 “기업 없이 노조 없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현실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차 노조를 비롯한 국내 노조는 ‘위기타개는 기업이 할 일’이라며 수수방관하는 위험천만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질병 중에서 가장 고약하고 치유가 불가능한 것은 ‘고통’을 모르는 것이다. 회사위기는 내 몰라하며 파업행보만 이어가는 현대차 노조의 뒤끝이 걱정 또 걱정된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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