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전문성·논리성부터 갖춰야
탈원전, 전문성·논리성부터 갖춰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0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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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현재의 전력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향후 5년간은 전기요금 인상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런데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급전(急電) 지시’를 내린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급전 지시는 전기 사용을 줄여 발전기를 가동할 때 드는 전력생산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2014년에 도입한 제도다. 전국 3천여 기업이 대상이며, 정부가 요청하면 기업들은 연간 단위로 계약한 전력 감축 목표량 내에서 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잠시 멈추는 등의 방식으로 전기 사용량을 줄인다. 대신 정부는 이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제도 도입 후 지난해까지 정부가 지시를 내린 사례는 감축 시험을 제외하곤 세 차례뿐이었다. 여름철에 급전 지시를 내린 건 지난해 8월 22일이 유일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전기가 남아돌아 굳이 ‘개문영업’(=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영업하는 행위)을 단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7월 발전설비예비율이 34.0%를 기록, 2003년 7월(30.3%)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발전설비예비율은 전체 발전설비용량(올해 약 113GW) 가운데 전력 피크에도 가동되지 않는 예비발전설비 비중을 말하는 것으로, 발전설비에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발전설비예비율이 높다는 점을 내세워 원전을 추가로 지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급전 지시’ 사례만 보아도 정부가 ‘탈(脫)원전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들의 전기 사용량을 간섭한 끝에 발전설비예비율을 과장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이러한 통계치를 믿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란 말도 나온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재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의 정당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더욱이 정부와 여당은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과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탈원전 추진과정은 전문성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논의하고 국회의 논의와 입법 과정 등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홍보나 정책으로는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힘든 것이다. 정부는 전문성과 논리성을 두루 갖춘 가운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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