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 칼럼] 신바람
[박정학 칼럼] 신바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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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 축구 때의 거리응원이 세계에 우리나라와 민족의 정체성을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인정한다. 자기들로서는 처음 보는, 자신들은 도저히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Korea’라고 하는 나라 사람들의 역동성을 너무나 절실하게 본 것 때문에 우리나라와 사람과 문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되어 한류라는 큰 흐름을 만들어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Korea가 지구의 어디쯤 붙어있는 나라인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겠지만, 운동장도 아닌 거리에서 텔레비전 화면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함께 소리 지르고 박수치며 열광하는 모습에서 ‘서로 하나 되는 어떤 열기’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친구 중에 평소에 가까운 고등학교 동기 중에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나온 친구들 모임에도 나오지 않던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나와서는 ‘여의도 둔치에서의 응원’을 신나게 얘기했다. 우리 식 말로 ‘니는 와 거어 가는데?’하고 물으니 ‘신나잖아?’라고만 했다. 간단하다. 거기 가면 신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떠들고 맥주도 마시면서 저쪽에서 와아 하는 소리가 나면 뭔지도 모르고 그냥 함께 와아 하고 박수를 쳤단다.

나는 이것이 신바람의 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즐거운 기분’이라는 말로는 그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어려운 일을 할 때도 신바람이 나면 콧노래를 부르면서 한다. 일하는 것이 즐거워서는 아니다. 어려운 일을 스스로 즐겁게 하도록 만들어주는 어떤 에너지다.

서울공대의 이면우 교수는 1992년에 『W이론을 만들자』는 책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직급과 규정에 의한 권위로는 지도자가 될 수 없으며,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구성원들로부터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투철한 솔선수범 정신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어야만 비로소 지도자로 인정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인간적으로 통하게’ 하여 신바람을 일으키는 지도자에게는 맹신에 가까운 신뢰를 보여 준다.”면서 ‘솔선수범’을 신바람을 일으키는 우리 전통의 통솔법이라고 주장했다.

어우르기의 중요한 방법의 하나로서 ‘솔선수범을 통해 신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든 것이다. 그리고 그 신바람은 ‘인간적으로 통하는’ 데서 일어난다고 했다. 그런 사람은 단순한 리더가 아니라 ‘어른’으로서 공경 받을 수 있게 되고, 작업장의 생산성이 250%까지 향상되어 관리자가 조금 천천히 하라고 하는 지경까지 되었으며, 이럴 때 노사가 모여서 임금 인상을 의논했는데,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임금인상을 관리자 측에서 제시하여 타결되었다고도 했다.

이렇게 신나면 즐겁게 일하고, 생산실적이 높아지고, 노사관계가 원만해지고, 임금인상도 이루어지니 노와 사 모두가 좋아지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특징으로서, 노와 사가 경쟁이나 투쟁을 하는 남남의 관계가 아니라 ‘우리’로 하나 된 모습이다.

노동자가 일을 할 때는 어떤 목표가 있고, 내가 열심히 하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흥, 즉 신바람이 난다. 그래서 리더가 솔선수범하여 그렇게 만들어주는 리더십, 즉 ‘신바람 리더십’이 한국적 리더십이라고 한 것이다.

오늘날의 기술 주도 시대에서 시장 경쟁력은 75%가 기술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면우 교수는 개술개발조차도 정책과 예산에 못지않게 신바람이 중요함을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우리 겨레 특유의 신바람이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 나아가 투쟁 없이 임금인상도 가져오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나라와 기업과 노조가 다 함께 이런 우리 문화를 생각하고 신바람 리더십을 되살려낸다면 2002월드컵 때의 민족역동성을 사회 모든 분야에서 실현시킴으로써 세계에 모범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전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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