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융권이 ‘자신의 앞가림’에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경부 고속철 건설을 맡고 있는 시공사와 하청업체가 극심한 자금난으로 인해 인부들이 작업을 거부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고속철 건설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시공사에서 발행한 어음할인이 9월부터 시중은행에서 전면 거부돼 자금회전이 안 되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이러다가 자칫 국책사업인 고속철 건설 공정차질은 물론이고 건설참여 시공사와 하청업체가 흑자도산 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엊그제 시중 은행장들을 만나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흑자도산 하는 일이 없도록 신규대출을 늘려 달라고 주문했다. 또 정부는 지난 달 부터 은행이 해외에서 차입해 오는 외화에 대해 1천억 달러까지 3년 간 지급을 보증한다고 발표도 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일 외화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는 시중은행들을 위해 45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은 중소기업 자금난 해결을 위해 국가가 지원 하는 것, 어쩌면 국민의 혈세로 은행의 부실을 막아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국내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이 절대 절명의 순간에 ‘발등의 불’을 끈 은행들이 뒷짐을 지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대서야 말이 되는가.
평소에 중소기업 지원책, 기금조성 운운하던 은행들이 정작 필요할 때 외면하는 행태를 두고 ‘표리부동’이라고 한다. 고객의 대출조건 우선순위가 신뢰라면 금융권 또한 마찬가지다. 어려울 때 신뢰를 얻어둬야 상황이 반전됐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