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학칼럼] 거리캠페인에서 만난 사람들
[손종학칼럼] 거리캠페인에서 만난 사람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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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은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캠페인을 시작한 지 30일째 되는 날이었다. 처음 울주군청 앞에서 시작한 캠페인이 최근에는 나의 중요한 하루 일과가 되고 말았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는 울주군청 앞, 오후 5시 30분부터 7시까지는 공업탑로터리 건널목(횡단보도)에서, 하루 두 차례 출퇴근 시간에 맞춰 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공무원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탈핵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울산환경운동연합의 일거수일투족이 못마땅해 보여 적대적으로 대하곤 했다. 정부의 각종 정책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사사건건 대안 없는 비판이나 하고 어깃장이나 놓는 얼치기 환경단체쯤으로 여기고 그들을 백안시하고 지냈던 것이다.

그러던 내가 탈핵 운동에 동참하게 된 것은 마음의 변화를 일으킨 몇 가지 계기가 있어서였다. 2014년 일본 여행 중에 우연히 목격했던 후쿠시마의 참상, 지난해에 5.8, 5.1 규모로 두 차례나 일어났던 울산·경주 지방의 지진, 그리고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판도라’가 그런 계기들이었다. 지난해 명예퇴직을 앞두고 내 발로 울산환경운동연합을 찾아가 회원으로 가입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이번에 거리캠페인에 나서기로 한 것은 울산이 14기의 핵발전소로 둘러싸여 있어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선언에도 불구하고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어 시민들에게 핵의 위험성을 알리고 여론을 환기시켜야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동안 보아 온 거리의 다양한 풍경을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탈핵 전문가는 아니다. 탈핵에 관한 이런저런 책과 보고서를 읽고, 5주간 탈핵 교육을 받은 게 전부다. 머릿속에는 잡학 수준의 탈핵 지식이 뒤죽박죽 쌓여 있을 뿐이다. 그런 내가 거리캠페인에 나서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탈핵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다.

거리에서는 다양한 얼굴의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이들 중에는 신고리 5. 6호기의 백지화에 찬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정이 30%에 가깝다고 하니 5. 6호기는 계속 짓고 탈핵은 다음부터 하자는 사람도 있다. 또 5·6호기 건설뿐 아니라 값싸고 안전한 원전을 계속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신고리 5·6호기 백지화에 찬성하는 사람을 만나면 보람과 힘을 얻기도 하지만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수양이 덜 돼서 그런지, 황당한 모욕감에 치를 떨기도 한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행동이나 태도를 달리한다. 팸플릿을 나눠주면 받아서 천천히 읽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받아서 바로 호주머니나 가방에 넣어 버리는 사람 -그래도 이런 사람은 나중에는 읽어 볼 것이다-, 아예 귀찮다며 손사래를 치며 받기를 거부하는 사람, 잠에서 덜 깬 얼굴로 아무 관심 없이 비켜가는 무심한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의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다.

5·6호기 백지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거리캠페인에 대해 아주 호의적이다. 더운 날씨에 고생한다, 음료수라도 마시라며 시원한 냉커피도 전해주는가 하면 사진을 함께 찍고 팸플릿을 나눠주며 캠페인을 같이 해주고 가기도 한다.

또, 캠페인을 그 시간에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 응원과 격려를 해주고 가는 사람도 있다.

반면 5·6호기 건설을 옹호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매우 공격적이다. “네가 핵 발전 전문가냐?” 아니면 “하루 일당 얼마를 받고 캠페인을 하느냐?”고 대드는가 하면 차 문을 열고 ‘X’ 표시를 하거나 “미친놈!”이라며 듣기 거북한 욕을 퍼붓고 지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신고리 5·6호기의 백지화는 우리나라가 탈핵으로 가는 시발점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탈핵 정책과 운동은 우리 미래세대의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다. 죽음의 불을 끄고 생명의 불을 살리기 위해 백지화 캠페인에 함께 나섰으면 한다.

<손종학 전 울산시 체육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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