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을 사먹게 만든 장기가뭄
낙동강 물을 사먹게 만든 장기가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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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이 심상찮다. ‘역대급’이란 말이 나돌 정도다. 울산에도 예외 없이 들이닥친 가뭄의 장기화로 많은 상황들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상’은 울산시의 먹는 물(식수) 대책에서도 감지된다.

19일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장기가뭄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생활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수도본부는 ‘가뭄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3단계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3단계란 △원수 부족 단계(물놀이장 물 절약 협조 등), 정수 제한 상황 발생 단계(물 다량 사용업소 영업시간 단축 등), △극심한 상황 발생 단계를 말한다.

이날 상수도본부에서 열린 ‘장기가뭄대책 관련기관 회의’ 결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낙동강 원수를 117만 울산시민 전체의 식수 겸 생활용수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낙동강 원수’라면 ‘녹조라떼’라는 오명 말고도 ‘각종 중금속 함유’의 개연성으로 꺼림칙하게 여겨져 오던 물이다. 게다가 정수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울산시의 재정을 적잖이 갉아먹는 ‘비호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골치 아픈 낙동강 물을 끌어다 쓰겠다는 정책결정의 이면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있는 장기가뭄으로 울산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사연댐, 대곡댐, 회야댐의 저수율이 2.3%, 5.3%, 46.6% 선으로 내려앉으면서 식수 공급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그래도 19일 현재로서는 식수 공급에 큰 차질이 없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도 살얼음판을 걷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수도본부 관계자 말로는, 대곡댐, 사연댐은 가뭄이 심해지면서 천상정수장에서 생산하는 하루 16~18만t의 식수 가운데 약 7만t을 낙동강 물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댐의 저수율이 바닥을 보일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오늘(20일)부터는 천상정수장에서 공급하는 식수 전량을 낙동강 원수에 의존해야만 한다. 가뭄이 더 길어지면 이번에는 공업용수 전용 댐인 대암댐에서 식수를 구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 정도면, 더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이, 울산이 ‘물 부족 도시’라는 사실이 명백히 입증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울산시의 책임 있는 어느 누구도 평소에 “물을 제발 좀 아껴 씁시다!”하고 호소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본란에서도 누차 지적했듯이 물을 아껴 쓰자는 캠페인은 물이 그다지 부족하지 않아 보일 때 상시적으로 벌이는 게 맞다.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다. 가뭄 상황에 따라 단계적 대책을 잘 추진하는 일 못지않게 ‘물 절약 캠페인’도 동시에, 그것도 강력하게 펼쳐 줄 것을 촉구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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