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음주는 제발 삼가세요!
지나친 음주는 제발 삼가세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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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이 되면 음주로 말썽을 일으키는 주취자에 대한 신고가 급증한다. 112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의 일화 몇 가지를 소개한다.

파출소에서 야간근무를 하고 있을 때 긴급신고를 받았다. 신고자가 납치당했다가 겨우 탈출해 택시를 타고 파출소로 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파출소에서 뛰어나가 조금 기다리던 중 택시에서 내리는 신고자를 만났다. 그가 말문을 열었다. “회식 도중에 잠시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옆에 모르는 남자가 저를 태운 채 차를 몰고 있었고, 그 순간 이 운전자가 술에 취한 저를 납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차가 신호를 받고 대기 중이어서 곧바로 차문을 열고 내린 후에 뒤에 있던 택시를 타고 기사 분에게 가까운 경찰관서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던 겁니다.”

신고자의 진술을 듣고 있는데 또 다른 차량 한 대가 파출소 앞에 멈춰 섰다. 한 남자가 헐레벌떡 차에서 내려 다가오자 신고자는 그 남자를 가리키며 아까 자신을 납치한 사람이고, 그 남자가 타고 있는 차도 자신의 차라고 둘러댔다. 신고자의 진술을 듣고 나서 차에서 급히 내린 남자에게 다가갔다. 자신을 대리기사라고 밝힌 이 남자는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했다. 신고자의 동료가 대리운전 차를 부른 다음 사는 곳을 알려주기에 신고자에게 인사까지 했는데, 태우고 가던 도중 정지 신호를 받고 차를 세운 사이 갑자기 잠에서 깬 신고자가 다짜고짜 차문을 열고 내리더니 곧바로 택시를 타고 가버려 하는 수 없이 신고자의 차량으로 뒤따라 왔다는 내용의 진술이었다.

필자는 대리운전기사의 신분을 확인한 다음 신고자더러 오해를 풀도록 했고, 그 대리운전기사에게 다시 신고자를 집으로 태워다 주도록 조치했다. 한마디로 웃지 못 할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7또 다른 일화는 얼마 전에 있었다. 야간에 길에 쓰러진 주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는 젊은 남자 한 분이 입고 있던 윗옷과 신발, 양말, 가방 등을 옆에 놓아둔 채 길에서 자고 있었다, 주취자를 흔들어 깨워서 정신을 차리게 한 다음 윗옷을 입히고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그는 경찰관을 힘들게 해서 죄송하다, 집으로 직접 걸어가겠다며 사는 곳도 말해주지 않고 순찰차에도 타지 않았다. 잠시 지켜보았더니 주변을 서성거리기만 하고 집으로 돌아가지를 않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자신의 점퍼 안에 회사 사원증이 들어있는데 점퍼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그가 누워있던 주변을 함께 찾아보았으나 허탕이었다. 이때부터 술꾼과의 사이에 길고 긴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점퍼를 찾기 전까지 자리를 뜨지 않겠다던 그는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얼마 가지 않아 이내 꾸벅꾸벅 졸고, 다시 깨우면 반대편 쪽으로 걸어가다가 길에 앉아서 졸기를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도저히 혼자 힘으로 집으로 돌아가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점퍼를 꼭 찾아주겠다고 겨우 설득한 끝에 그를 순찰차에 태웠다. 주거지를 묻고 맞은편으로 순찰차를 돌리는 순간 맞은 편 길가에 떨어져 있는 무언가가 시야에 잡혔다. 그것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술 취한 남자의 점퍼였다. 필자는 이 술 취한 남자가 사는 곳까지 순찰차를 몰았고, 다시 잠에서 깨게 한 다음 점퍼와 사원증을 손에 쥐어주었다. 둘 다 무사히 신고처리가 되어 다행이었지만 이 두 분이 술을 지나치게 마시지 않았다면 기억을 상실하지도, 소지품을 잃어버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올 여름에는 제발 지나친 음주로 망신을 자초하는 시민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철환 동부경찰서 서부파출소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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