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에 대한 생각
공휴일에 대한 생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1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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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월 17일)은 5대 국경일 중 하나인 제헌절(制憲節)이다. 69년 전(1948년) 이날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공포된 일을 기념해서 정한 경사스러운 날이다. 그러나 다른 4대 국경일(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는 달리 달력에 '빨간 표시'가 된 공휴일(公休日)이 아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1949년 6월 4일 제정)에 따라 공공부문에서 쉬어도 되는 날이 아닌 '무휴(無休)국경일'이란 뜻이다. 제헌절만 찬밥신세(?)인 이유는 무엇일까?


제헌절이 처음부터 무휴국경일이었던 것은 아니다. 기록을 훑어보면 1949년부터 2007년까지 58년간이나 공휴일 대접을 제대로 받았다. 하지만 2008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과 함께 "휴일 수가 많으면 기업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논리에 밀려 공휴일에서 제외되고 만 것. 공휴일에서 빠졌다가 22년 만에(2013년∼) 위상이 뒤바뀐 한글날과는 비교할 처지가 못 된다.


제헌절을 공휴일로 삼자는 움직임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김해영 국회의원(부산 연제·정무위)이 지난 10일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제헌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 휴식권'도 되찾아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돌이켜보면 "공휴일을 늘려라"는 바람이 국회에 몰아친 것은 18대∼19대 때가 더 심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의원들이 내건 명분 역시 '국민 휴식권'이었고 "이참에 장시간근로 문화도 바꾸자"는 목소리도 녹아들어 있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이 OECD 평균보다 약 43일 더 길다는 지론이었다. 이들은 제헌절뿐만 아니라 어버이날, 스승의날도 공휴일로 지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휴일 늘리는 문제에 새 정부가 더 적극적이란 말은 과장이 아닌 것 같다. '대체공휴일' 개념인 '요일 지정 공휴일'에다 '10월 2일 임시공휴일" 안까지 나오는 판이다. 하기야 미국에서는 '월요일 공휴일법(=Uniform Monday Holiday Act)이 1971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일본에선 이를 본뜬 '해피 먼데이 제도(ハッピ?マンデ?制度)'라는 것도 있다. 2000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의 이름은 "주요 공휴일을 월요일로 옮겨 국민들이 행복한 월요일을 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붙여졌다. 일본은 한 발 더 나아가 관련 법률인 '국민의 축일에 관한 법률(?民の祝日に?する法律)'을 1998년·2001년 두 차례 개정하면서 △성인의 날(1월 둘째 주 월요일) △바다의 날(7월 셋째 주 월요일) △경로의 날(9월 셋째 주 월요일) △체육의 날(10월 둘째 주 월요일)도 날짜가 아닌 '그 주의 월요일'로 바꾸었다.


2013년에 도입된 우리나라의 대체공휴일 제도는 명절 연휴가 일요일이나 기타 공휴일과 겹칠 경우 다음 첫 번째 비공휴일을 휴일로 대체하는 제도다. 대체공휴일은 현재 설날과 추석, 어린이날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새 정부는 이를 확대 적용할 참인 모양이다. 어버이날이나 현충일, 3·1절, 한글날도 대체공휴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요일 지정 공휴일' 제도가 시행되면 올해에만 연간 3일은 더 쉴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휴일은 현재 토·일요일을 합하면 67일이고, 주말을 빼면 15일이다. 3·1절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국경일 공휴일이 4일, 설날·추석 연휴가 각각 3일이고 그밖에 새해 첫날(1월 1일)과 부처님오신날, 어린이날, 현충일, 성탄절도 공휴일이다.


정부와 여당은 공휴일이 사흘이면 '57조원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을 편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해 5월 6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소비지출이 약 2조원 증가했고 이에 따른 생산은 약 3조9천억원에 가까웠다고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쉬는 날만 늘면 공장 가동은 어떻게 하나"라며 걱정이 태산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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