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경찰’을 지향하는 마음가짐
‘인권 경찰’을 지향하는 마음가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0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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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찰 내부 게시판에서 읽은 글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비를 맞으며 1인 시위를 하던 장애인에게 우산을 씌워준 경찰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고, 그 경찰관은 ‘인권 경찰’이라며 칭찬을 받았다.

필자 역시 감동을 받았고 ‘나도 저런 따뜻한 경찰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 장애인은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고 한다. 먼저, 그 경찰관이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친절을 베풀어 언짢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 장면을 누군가가 허락도 없이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 행위가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경찰관은 틀림없이 약자 보호를 실천한다고 생각했겠지만 도움을 받은 장애인은 오히려 자신을 ‘불쌍한 사람’, ‘도와줘야 하는 사람’ 쯤으로 생각한 것에 기분이 상했던 것이다.

그동안 장애인을 마주하면 동정심부터 생겼던 것이 사실이다. 내부 게시판 글을 읽은 뒤부터는 그래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도, 연민이나 감동의 대상도 아니고 그저 비장애인과 조금 다를 뿐이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늘 편향된 시선을 갖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어느 소설가가 쓴 글도 기억에 남는다. 영국에 몇 달간 머문 적이 있었던 그는 하숙집 주인과 대화를 하면서 흑인을 ‘니그로’라고 지칭했다.

그러자 하숙집 주인은 “예전에는 흑인을 ‘블랙 피플’이라 불렀으나, 현재 교양 있는 사람들은 그런 말조차 쓰지 않고 특별히 흑인을 지칭하는 어휘 자체가 없다”고 했다. 그냥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타인과 나의 차이를 다름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 차이에 우열이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위 두 사례를 통해 막연했던 ‘인권’이라는 단어에 한 발짝 다가선 느낌이 들었다.

인권 존중은 선의나 겉으로 나타나는 예의범절을 갖추기 전에 먼저 상대방을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권리의 주체로 여기는 데서 출발한다.

세상에 함부로 대해도 괜찮은 사람은 없고, 나와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마음가짐부터 바꿔 나가야 하는 것이다.

최근 경찰도 ‘인권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기본적인 마음가짐부터 바꿔 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인권 교육을 통해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사례를 토대로 관련법규 및 개선사항에 대해 토론·교육하는 등 자체적으로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자칫 인권이 친절함과 동일한 것으로 인식되곤 하는데 두 가지는 동일한 것은 아니다. 시민들에게는 친절하지만 범죄자에게는 엄정하게 법을 지켜 대응하는 경찰이 인권 경찰이다.

경찰관들은 이를 염두에 두고 근무할 것이다.

시민들은 경찰이 변화해 가는 모습을 너그럽게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최봉규 울주경찰서 상북파출소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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