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타이거(Little Tigers)’를 아시나요?
‘리틀 타이거(Little Tigers)’를 아시나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7.0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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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5일간의 일정으로 경남·울산재향군인회가 주관한 6·25 참전국 교류행사의 일환으로 태국을 다녀왔다.

우리는 태국 방문 첫 일정으로 촌부리 21연대 한국전 참전 기념탑을 찾았다. 촌부리에는 6·25전쟁 당시 참전부대로 편성되었던 2사단 21연대가 주둔해 있으며, 현재는 태국 왕실근위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전 참전 기념탑 참배 행사를 통해 나는 60여 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낯선 땅을 찾아와 산화하신 참전용사들의 명복을 빌었고, 동시에 참전용사의 용기와 희생에 무한한 존경의 마음을 가졌다.

이후, 우리는 참전 기념탑 옆에 위치한 한국전쟁 참전 기념관으로 이동하여 전쟁 당시 태국이 사용하던 무기와 각종 장비 등을 살펴보았다. 나는 이곳에서 곳곳에 서려있는 참전의 흔적들이 확인할 수 있었다.

태국은 6·25전쟁 때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파병했다. 아시아에서 육·해·공군을 모두 파병한 유일한 나라이며 보병 1개 대대와 군함 9척, 수송기 편대, 의료지원단 등 1만5천여 명이 참전해 전사 136명, 실종 4명, 부상 1천200명의 피해를 입었다. 태국군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1972년까지 잔류하며 한국의 재건에 힘을 보탰다.

평소 본국 열대지방에서 생활했던 태국 병사들은, 한반도에서 겨울을 3번이나 지내면서 추위로 무척이나 고생했다고 전한다. 전쟁 막바지에는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철의 삼각지’에서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이 힘들고 처절했던 전투 흔적들이 참전 기념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6·25전쟁 당시, 태국군의 전과는 수없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전투는 1952년 10월 31일부터 11월 11일까지, 중공군을 상대로 펼친 ‘폭 찹 힐’(Pork chop hill) 사수전이다. 철원과 연천 근처에 위치한 철의 삼각지에 있는 해발 300m가량의 나지막한 언덕인 폭 찹 고지를 두고 중공군과 UN연합군이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고 한다.

태국군과 중공군이 벌인 이 전투에서 중공군은 정찰 2회를 포함하여 총 5회의 공세를 펼치면서 태국군 1개 대대가 점령한 지역을 탈환하려 하였지만 태국군의 무용으로 500명이 넘는 전사자와 350여 명의 부상자를 내며 번번이 가로막히고 말았다.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용감히 싸워 고지를 지켜낸 태국군의 용맹은 이 전투에서만 1명의 Legion of Merit 훈장, 12명의 은성 무공훈장(Silver Star), 26명의 동성 무공훈장 (Bronze Star) 수훈자를 배출함으로써 널리 알려졌고, 작은 체구의 병사들이 호랑이처럼 무섭게 싸운다는 의미로 8군 사령관 밴 플리트 장군이 ‘리틀 타이거’(Little Tigers)라는 별칭을 붙여준 것이다.

우리는 21연대 방문 전에는, 태국 람인트라 참전용사촌도 방문하였다. 이곳은 전쟁이 끝난 뒤 유엔이 제공한 개발자금에다 태국 보훈처가 자금을 보태어 만들어졌다. 마을 주민 중 참전노병은 10여 명, 그 가족은 모두 70여 가구로 구성되어 있다.

람인트라 참전용사촌 복지회관은 2014년 3월, 한국의 재정지원으로 준공되었는데, 당시 현지의 6·25 참전용사들은 매우 감격스러워 했다고 그곳에 근무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말을 전했다.

회관의 이름은 6·25전쟁 당시 태국군의 별명인 ‘리틀 타이거’에서 따와서 ‘리틀 타이거 홀’(Little Tiger Hall)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2013년 8월부터 7개월간의 공사를 통해 115평 규모의 2층 건물로 신축된 회관의 내부는 참전용사휴게실, 어린이놀이방, 도서관, 공부방, 컴퓨터실로 꾸며져 있었다.

그곳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88세의 한 참전용사는 6·25전쟁에 참전한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가 참전했던 대한민국이 현재 부강하여 너무나 흐뭇하고, 이렇게 한국 국민들이 위문방문을 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나는 이번 6·25 참전국 태국 방문 행사를 통해 나의 국가관과 안보의식을 다시금 확립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비록 6월 호국보훈의 달은 지났지만,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한 것이 있다. 67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우신 우리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 여러 참전국 용사들이 기꺼이 달려와 그들의 고귀한 피땀을 흘렸다는 사실, 그리고 현재에도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하며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정권이 6·25 전쟁 당시 북침이 아닌 남침을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김기환 울산남구재향군인회 사무국장·예비역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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