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대기환경전담부서 설치가 시급하다
울산시 대기환경전담부서 설치가 시급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2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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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전한 울산발전연구원 내 필자의 연구공간 창밖에는 문수산이 보인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했던가?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냥 평범한 산으로 보이겠지만, 대기환경을 전공한 필자의 눈에는 대기질과 가시거리를 판단하는 지표로 인식되어 출근 후 아침 창밖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에어코리아’ 누리집에 울산광역시 대기환경의 정보와 풍향, 풍속 등의 기상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대기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기환경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려면 오염의 근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수권과는 다르게 대기권에는 경계가 없다. 특정지역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이 가깝게는 인접지역, 멀게는 다른 국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특정지역의 대기환경이 지역 내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을 받는 내적 요인과 다른 지역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을 받는 외적 요인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특정지역의 대기환경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내부기여도와 외부기여도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특정 행정구역을 뛰어넘어 광역 대기관리권역으로 묶어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광역 대기관리권역으로 묶어서 관리하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서 적용된 곳은 수도권이 유일하다. 수도권 지역은 2003년에 제정되고 2005년에 시행된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수립된 광역 대기질개선 계획 즉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 기초하여 광역지자체별로 이행계획을 수립해서 대기질을 관리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수도권대기청에서 총괄적인 기획·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역의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대기관리권역과 같은 광역 대기관리권역이 전국적으로 설정되어 환경부-광역 대기관리권역-권역내 광역지자체로 연결되는 대기질관리 체계를 만들어 국외 영향, 지역간 영향, 지역내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얼마 전 울산시에서는 우리 시와 인접 지역을 포함한 광역단위의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가칭)동남권대기청’을 울산시에 설립해 달라고 환경부에 공식 건의하고 당위성과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필자는 앞서 설명한 이유로 울산시의 이러한 행보가 매우 적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남권대기청이 설립되면 광역 대기질관리를 위해 권역 내 지자제들에게 중앙정부로부터 지금보다 상당히 많은 재정·기술·행정적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며, 지원이 많아지는 만큼 지자체의 역할과 업무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수도권의 경우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의 절반 이상이 지자체 소관으로 이뤄지고 있고 나머지 사업들도 대부분 지자체가 협조해야 하는 사업들이다.

지자체는 이러한 세부사업들의 수요를 예측해서 중앙정부에 신청해야 하고, 배정받은 사업들을 이행하는 한편 그 결과들을 과학적으로 평가해서 보고해야 한다. 이러한 사업들은 전문성과 지속성이 요구되고 절대적인 업무량도 많기 때문에 지자체는 해당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는 모두 수도권대기청이 주관하는 대기질 개선 정책과 사업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환경 및 기후변화를 전담하는 과급 이상의 행정조직을 두고 있다.

이제 우리 울산시를 돌아본다. 현재 울산시의 대기환경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의 수는 두 자릿수가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울산시의 수많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원을 관리·감독하고 대기질 개선 정책을 기획·추진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만으로도 인력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동남권대기청이 설립되고 광역 대기관리가 이뤄진다면 우리 시는 과연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까?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지속성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야 하는 사업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체제로 과연 대응이 가능할까? 필자는 심히 우려가 된다.

대기질을 개선하려면 광역 대기권역 관리를 위한 동남권대기청도 필요하지만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담조직 역시 우리 시에는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전담조직이 동남권대기청이 설립된 이후에 만들어진다면 구성원들이 충분히 훈련되지 못해 즉각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고, 이는 대기질 개선 사업의 추진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필자는 우리 시에 대기환경과 기후변화 대응 업무를 전담하는 과급 이상의 행정조직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동남권대기청 설립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필자는 우리 시의 대기환경 및 기후변화 대응 업무를 전담하는 과급 이상의 전담조직의 설치가 시급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마영일 울산발전연구원 정책연구실 환경안전팀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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