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센터 유치, 맥을 잘 짚어야
원전해체센터 유치, 맥을 잘 짚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22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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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계기로 원전을 소재지인 울산-부산-경주 세 도시 간에 ‘원전해체기술 연구센터’(이하 ‘원전해체센터’)를 유치하려는 물밑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질 조짐이 엿보인다. 부산시보다는 한 발 뒤늦었지만, 울산시도 23일 ‘원전해체기술 연구센터 유치기획 T/F(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유치 작전에 뛰어든다.

이날 회의에서는 유치 논리 개발, 협력네트워크 구축, 유치 분위기 조성 방안 등이 논의된다. 특히 오규택 경제부시장(총괄)과 울산시·울주군 관련부서, 울산테크노파크, UNIST, 울산대, 상공회의소, 산업계 관계자들이 같이할 예정이어서 외견상 든든한 느낌이 든다. 지난 19일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울산 설립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은 울산시의회까지 힘을 보탠다면 추진동력이 배가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이날 시의회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결의안’을 동시에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서로 성격이 다른 두 결의안의 동시통과는 시민들의 염원과 갈등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롭다. 그러나 이는 ‘가능’을 ‘불가능’ 쪽으로 몰아갈 개연성이 높아 안타깝기도 하다. ‘불가능론’의 근거는 민주당 소속 최유경 시의원의 양대 결의안 반대 진술에서 찾을 수 있다.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다녀온 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를 인용하면서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 에너지정책의 대전환에 동참할 때 새로운 에너지사업의 기회가 온다는 메시지”라며 “두 결의안은 결코 병립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본지는 최 의원의 주장이 허튼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탈(脫)원전이란 국가 에너지정책에 반대하면서 국가적 시혜를 바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지난한 일이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산·학·연 대부분이 긍정하듯 원전해체센터가 들어설 최적지가 울산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부산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폐로 수순에 들어간 고리1호기의 소재지가 부산시 기장군이란 점은 부산 최대의 강점으로 꼽힌다. 더욱이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 며칠 전 서병수 부산시장이 대통령 공약사항(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백지화)에 전격 동의하면서 원전해체센터 유치 작전에 뛰어든 것은 ‘선제공격의 묘’를 살렸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 마당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구상은 매우 비논리적이다.

울산시로서는 고심이 깊을 것이다. 원전주변 주민들의 원성, 지역사회의 양분된 정서, 야당 쪽의 반발 등 일촉즉발의 뇌관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양다리 걸치기’는 승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작전이다. 울산의 미래곳간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의 결단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원전해체센터를 부산시와 손잡고 공동 유치하는 방안은 차선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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