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개편에 신중하고 차분하게 대비해야
행정구역 개편에 신중하고 차분하게 대비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1.0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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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행정구역을 개편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출범 초기부터 심각한 대부 외환에 시달리느라 행정구역 개편은 잠시 뒷전으로 물러나는 듯 보였었다. 그러나 정기국회가 열리면서 행정구역 개편은 정부여당을 기점으로 솔솔 냄새를 풍기더니, 이제는 야당인 민주당도 원론적으로는 취지에 동감하는 입장이다. 실상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굳이 ‘100년 전에 구획된 낡은 유물’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더라도 급변하는 시대 상황을 반영하면 그 타당성도 충분하고 시기적으로 적절하다. 다만 이해관계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구역 내의 주민들의 정서 또한 간단하게 재 구획 할 만큼 단순한 상황이 아닌 이상 개편 논의는 결코 가벼운 이슈가 아닌 것이다.

논의를 증폭시켜 실현 하려는 정부는 100년 전 폐유물이라고 딱지를 붙이고 있으나 현재의 행정 구역의 대강은 1949년 정부 수립직후 지방자치를 염두에 두면서 설정 됐다.

그래도 반세기가 훌쩍 지난 셈이다.

그동안 부분적으로는 1994년 도농통합으로 시군이 함께 묶였고, 대도시권에서는 팽창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인근 시군을 잠식하는 양상을 보였다. 더러는 기존의 도 단위에서 분리해 광역 자치 단체로 개편되기도 했다. 이러한 개편 논의는 싹을 키워 2006년에는 여야가 함께하는 국회 특위까지 구성돼 소위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이 마련돼 정부에 이송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소수 여당은 정치 구도를 바꾸려는 의도를 깔고 중대선거구제와 병행 개편을 주장했고, 다수인 야당은 행정구역만 개편하고 소선거구제를 유지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무산됐다.

이번에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전에 없이 강한 의지를 보이며 밀어붙일 기세인데, 어제 오늘의 여러 좋지 않은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여당이 구상하는 개편안의 골자는 2006년 국회 특위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현행 16개 시도와 230개 기초자치단위를 70여개의 자치단위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현재의 광역시도 보다는 작고 기초자치단체보다는 큰 중규모 자치단위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행상황에 견주어 예측해 보면 그 진로는 역시 불투명하다. 그러나 일단 여야가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정부가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행정구역개편’은 전에 없이 추진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따라서 그 논리의 뿌리 부분을 신중하게 보면서 차분하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결국 중앙주도로 이루어질 것이지만 그 논리적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당사자격인 현행 지방자치단위의 여론을 등에 업으려 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여기에다 생활권과 직결되는 경제 논리를 보면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명박정부는 인수위 시절에 이미 경제 권역을 ‘5+2 광역화’로 설정하고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국경 없는 글로벌 시대에 맞는 정부 형태는 지역 국가(region states)’라는 논리를 펼치는 오마에 겐이치 같은 전문가들의 논리를 참조하여 보면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그런데 과연 경제 따로 정치 따로 구획한다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해답은 분명코 지역 주민에게 있다. 주체를 비켜 세우고 중앙정치권이 두부 모 자르듯 구획을 전단한다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이미 몇몇 지방단위에서는 일찌감치 여론을 수렴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의 자치 단위는 우리 스스로 구상해 볼 것을 주문한다. 박기태 경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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