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데 넘이가?” ⑥
“우리가 어데 넘이가?” 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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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말은 우리 민족정신을 나타내는 최초의 단어이다. 사전에는 ‘단군 이래 우리나라 정교의 최고 이념’이라고 정의되어 있고, 현재 교육기본법 2조에는 교육이념으로 규정되어 있는, 우리 겨레의 원초적 사유방식, 즉 생각의 틀이라는 말이다.

교과서에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단군의 고조선 건국이념이라고 가르치므로 대부분의 국민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삼국유사』를 비롯하여 『제왕운기』 『조선왕조실록』 등 단군사화가 기록된 모든 책에서는 환국의 임금인 환인이 ‘삼위태백을 내려다보니 홍익인간 할 만해서’ 환웅에게 천부인 3개를 주어 내려 보냈다고 했으니 한인의 개천이념이라 해야 옳다.

그리고 그 의미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니 대부분의 국민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그 해석이 당시의 시대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본식 해석이므로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먼저, 당시는 지구상의 기온이 최고점에 이른 환국 말기로서 인구가 급증하는 데 비해 식량 증산이 이를 따르지 못해 식량부족으로 인한 다툼이 잦아 어떻게든 새로운 옥토를 개척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때에 환인이 삼위태백을 내려다보니 ‘홍익인간 할 만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삼위태백을 태백산으로 해석하지만, 김종서는 ‘세 방향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넓은 지역’으로 해석한다. 홍익인간의 해석에 참고가 될 만하다.

다음 한자의 뜻 문제다. 한자는 하나의 글자에 여러 가지 뜻(字義)이 있고 그 사용 빈도는 나라마다 약간씩 다르다. 그래서 조소앙, 안재홍, 정영훈 등은 ‘대중공생 만민공동의 균등사회 이상’, 박상림은 ‘서로 다툼이 없는 어울림을 통해 모두 하나 되는 이념’, 류탁영은 ‘남을 해치지 않고 크게 돕는 사람’, 최민홍은 사익(私益), 공익(公益)과 비교하여 홍익(弘益)은 ‘우리의 이익을 의미’, 김영돈은 ‘환인이 환웅에게 다시는 싸우지 않는 신천지를 열라고 당부한 말로서 모든 사람에게 크게 도움이 되도록 운영하는 인간사’라고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해석한다.

특히 류탁영, 김영돈은 ‘현재의 해석은 1920년대에 일본 사람이 한 해석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삼국유사』를 주석한 이병도가 그대로 이어받아 일본식 한자 뜻(字義)으로 해석한 것이므로 우리식 한자 뜻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글자의 뜻을 살펴보자. 일본에서는 ‘넓을 洪’. ‘이익 益’자로 널리 쓰이므로 지금의 해석이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 자전에서 ‘洪’자는 ‘클 홍’이라 하여 크다는 의미로 주로 쓰이고 간혹 넓다는 의미로도 쓰이는 것으로 나오며, ‘益’자는 ‘더할 익’이라 하여 거의 대부분 ‘더한다’는 의미로 쓰이고, 이익이라는 의미로는 별로 쓰이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한문에서 사람을 인간(人間)이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人’자 만으로 사람을 나타낸다. ‘人間’은 ‘사람 사이’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한자 어의대로 해석하면, 홍익인간(弘益人間)은 ‘사람 사이를 크게 더 한다’는 의미가 된다. ‘더 한다’는 말은 너와 나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한다’는 의미와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으니 이는 ‘다툼’을 없애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삼위태백’을 김종서의 주장대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수 있다. 즉, ‘삼위태백이 넓은 옥토로서 식량 쟁탈전을 없앨 수 있을 만하므로’ 거기 가서 농사 잘 지어 서로 다투지 말고 ‘우리’로 한 덩어리 되어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바로 ‘어울림’의 원리다. 이렇게 해석을 하고나면, 무한경쟁을 강조하는 현 세계화 시대의 1%:99%라는 극단적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이념으로서 게오르규가 말한 ‘21세기 인류사회 구원 사상’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선다. ‘우리’는 서로 경쟁하는 남남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원리를 아는 것만으로 ‘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된다는 것을 ‘재세이화(在世理化)’라는 말로 강조해 놨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전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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