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확대는 복지도 뉴딜도 아니다
공무원 확대는 복지도 뉴딜도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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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이 시대 최대의 화두이고 정책이 되었다. 복지는 더는 자선이나 시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사회안전망이자 경제성장이란 시각에서 실시된 근대 사회보장제도는 1881년 11월 독일제국의 빌헬름1세가 생산직 근로자를 위한 사회법을 제정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1883년 의료보험, 1884년 산재보험, 1889년 근무장애 및 노후연금 보험이 도입되었다. 이유는 당시 급속한 산업화의 결과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산업노동자가 대거 발생했고, 이들의 불만이 사회혼란과 국가안녕까지 위협했기 때문이다. 국가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노동자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 영국, 프랑스, 미국보다 뒤처진 독일의 산업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편임을 독일 경제학자와 정치권이 인식하고 있었다. 당시 그 어떤 나라보다도 선제적으로 사회복지제도를 확대한 독일은 단기간에 유럽 최고의 산업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복지가 경제성장의 한 축임을 독일이 입증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번 추가경정예산은 실업과 분배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처방”이라고 했다. 이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케인스(Keynes)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추경 요청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실효성은 따져봐야 한다.

1930년대 유럽과 미국을 휩쓴 대공황에서 미국은 가장 먼저 벗어나, 오히려 세계 최강국으로 등극하여 전 세계의 롤 모델이 되었다. 당시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이론적 기초는 복지와 투자로 경제를 견인한다는 케인스주의(Keynes主義)였다.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은 공공근로자 고용 확대와 후버댐 같은 대규모 건설로 실행되었다. 4대강 예산보다 큰 임기 내 50조, 연간 10조 원의 도시재생사업과 11조2천억 원을 쏟아 부어 일자리 11만 개를 만든다는 새 정부의 시책은 뉴딜 정책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1930년대와 2017년 한국의 경제구조와 실업상황이 다르기에 처방제가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1930년대 당시의 일자리 공급은 주로 단순직·단기간이기에 노동의 유연성을 담보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문 정부의 일자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공무원의 확대 채용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향후 5년간 17만4천 명의 신규 공무원 채용 방침을 밝히면서 그 근거로 OECD 국가들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21.7명, 한국은 7.1명 정도이기에 사회복지 서비스와 교사 등을 확대시켜 OECD 절반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도 2013년 기준 OECD 국가들의 공무원 평균은 21.3%, 한국은 7.6%라는 자료를 근거로 삼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자료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만 합한 숫자인데, OECD 다른 국가들은 관공서 비정규직을 비롯해 비영리 공공단체와 사립학교 교원, 군인까지 모두 포함한 경우가 많다. 한국 자료에 비정규직과 군인까지도 포함한다면 OECD 평균을 훨씬 초과한다. 이 때문에 OECD는 아예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네덜란드 등 7개국 자료는 이용할 수 없다고 적시해 놓았다. 그런데 정부는 이 신뢰할 수 없는 자료를 공무원 확대의 근거로 이용하고 있다.

그리스가 망한 것은 그들이 일을 적게 하고 게으르고 복지서비스를 많이 받아서가 아니라 전체 생산 근로자의 4분 1이 우리식 공무원이라는 일자리 구조에서 기인한 것이다. 공무원의 노동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을 소비하는 관리 활동이다. 그들의 노동은 시장경제의 영향에서 벗어난 법적 보호 테두리에 있기에 ‘철밥통’으로 전락하기 쉽다. 법적 정년을 보호받는 공무원 채용은 이 정부가 끝난 이후 다음 정부, 다음 미래 세대까지 이들의 월급을 책임져야 한다. 때문에 공무원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며 인천공항 1만 명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했다. 인천공항은 IMF 사태 이후 ‘경영합리화’라는 구호를 내걸며 지속적으로 외주화시켜 3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지만 비정규직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이렇게 늘어난 외주화 비율은 전체 업무 인원의 85%에 이르렀다. 35개 공기업 중에서 비정규직 비중 85.6%, 1위로 직원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다.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더라도 과연 흑자를 낼 수 있을까. 적자로 돌아선다면 혈세 먹는 타 공기업과 뭐가 다르겠는가.

루즈벨트가 임시직 근로자를 고용해서 건설한 후버댐은 척박한 네바다 사막에 전기와 물을 공급하여 라스베가스라는 낙원도시를 만들어 지금도 황금알을 낳고 있다. 한국판 뉴딜 정책이 성공하려면 먼저 ‘여론조사 수치와 일자리 수치’라는 미신에서 깨어나야 한다. 일자리 창출은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여야 하고, 관은 복지사각지대 해소와 인프라 구축과 첨단기술개발 투자에 역점을 두어야 우린 4차 산업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임현철 울산시의회 의원, 전 남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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