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살리기와 썩는 구영천
태화강 살리기와 썩는 구영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1.0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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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했다. 이 격언이 비단 윤리, 도덕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자연 생태에서도 그러함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울산시는 태화강을 세계적인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강변 둔치의 인공시설물을 걷어 내고 기존 주차장도 생태형으로 개조한다고 한다. 이런 정비계획의 일환으로 태화강 십리 대밭의 연장선에 있는 점촌교, 선바위, 망성교 일원의 대숲도 모두 보호해 인근의 공원조성 계획에 포함시킨다고도 한다.

그런데 본보 11월3일자의 보도에 따르면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84-5번지 일대의 구영천은 주변의 축사와 민가에서 흘러들어 온 가축분뇨, 생활 오·폐수로 인해 인근 초등, 고등학교 학생과 아파트 주민들이 ‘올 여름 창문을 열 수 없었을 정도’로 악취를 풍겼다고 한다. 태화강 중, 하류에서 연어 방류 및 맞이 행사, 물 축제 등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정작 상류천 일부는 썩어가고 있었다는 얘기다.

우선 울산 12경 중 하나로 지정돼 있는 선바위에만 가 봐도 태화강 상류의 상황은 엉망임을 알 수 있다. 주변 경관정비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안내 표지판, 접근도로 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주변은 각종 음식점과 주점이 무질서하게 뒤엉켜 있어 이곳이 울산의 명승지 중 하나라고 상상할 수 조차 없다.

태화강 상류에 있는 구영천은 구영리가 본격 개발되기 전부터 인근의 농, 민가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를 방류하던 곳이다. 작금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 지역이 대규모 개발되면서 그에 따른 오·폐수 처리설비는 갖췄지만 기존의 ‘옆 줄기 오·폐수 관로’는 그대로 태화강에 연결돼 있다는 얘기가 된다.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강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공원을 조성해 봤자 윗물이 이 지경이면 아랫물이 맑은 것은 ‘잠시’ 뿐이다. 홍수 때만 되면 강 상류에서 무단 방류한 오·폐수 때문에 수질 2급이던 태화강이 저질수로 바뀌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정한 태화강 생태 복원 운동은 관련 행정당국의 개념 변화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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