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예방은 노인 인권에 대한 관심에서
노인학대 예방은 노인 인권에 대한 관심에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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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자신의 모친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패륜아가 서울의 한 경찰서에 자수하러 찾아갔다. 치매를 앓던 노모를 더 이상 수발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질식시켜 숨지게 한 후 자신이 살던 건물 계단 아래에 파묻은 실로 끔찍한 사건의 주인공이었다.

이러한 반인륜적 범죄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의 인권이 얼마나 짓밟히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충격적인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 말고도 부모나 배우자를 학대하거나 살해까지 하는 사건이 해마다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경제는 매년 발전하고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는 갈수록 높아만 가는데 우리 사회 노인 인권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울산은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2012년도에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서면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노인 학대 신고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울산 노인보호전문기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177건이었던 노인 학대 신고가 2015년엔 349건으로 4년 사이 2배나 껑충 뛰었다.

노인 학대란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폭력을 가하거나,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노인 학대는 주로 가정 안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신고율이 매우 저조한 편이다. 가해자가 주로 아들이나 배우자, 딸이나 며느리이다 보니 학대를 당한 노인들은 이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또 가족이라는 이유로 수치심에서 혼자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면 어르신들은 자기 자식이니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경찰의 개입을 원치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노인 학대의 가해자들은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정서적 학대, 물리적 폭력의 정도가 더 심해지면서 학대를 상습적으로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늘어나는 노인 학대를 예방하고 노인의 인권을 신장하기 위해 정부는 2015년 12월 노인복지법을 개정하기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국민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6월 15일을 ‘제1회 노인 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까지 했다.

이에 발맞춰 우리 경찰도 매년 6월을 ‘노인 학대 집중신고 기간’으로 정해 운영하고 ‘학대전담경찰(APO)’도 새로 선발해 노인 학대에 대처하고 있다. 노인전문기관과 MOU를 체결해 학대 예방 교육과 신고절차 홍보, 학대사건 발생 시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피해노인을 사후적으로 지원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집중신고 기간 중 노인복지시설을 찾아가 법률·심리상담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시설 점검을 통해 인권침해 사례가 발견되면 엄중하게 처벌토록 하고 있다.

경찰의 이러한 예방과 피해회복 활동은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아닐까 한다. 주변에 학대 징후가 보이는 가정이 있다면 이를 단순 가정사로 생각하지 말고 당장 112 또는 노인보호전문기관 상담전화번호 ‘☎1577-1389’를 눌러보도록 하자. 우리의 전화 한 통이 어쩌면 한 노인을 옥죄고 있는 끔직한 학대의 사슬을 끊어줄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의 인권은 매우 소중하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노인이 되고, 자신 또한 이러한 학대와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우리 모두 ‘노인 학대’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사회에서 뿌리를 뽑아 모든 노인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현주 울산 동부경찰서 남목파출소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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