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동상, 철거가 바람직하지 않나
학교 동상, 철거가 바람직하지 않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3 22: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의회 김종래 의원(교육위원장)이 최근 이색적인 서면질문을 울산시교육청으로 보내고 답변을 요구했다. 서면질문 요지는 일선학교(주로 초등학교)에 설치된 위인 동상 가운데 낡고 부서진 것들이 많으므로 교육효과를 살릴 수 있도록 산뜻하게 보수할 의향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김 의원은, 학교에 세워둔 많은 위인 동상들이 한동안 학생들에게 존경과 꿈의 대상이었고, 이젠 학교괴담의 주인공이 될 만큼 친숙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의원은 그러나 오랜 세월, 비바람으로 부식이 깊어진 데다 관리소홀로 색깔이 바래거나 칠이 벗겨진 채 초라하게 방치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또 이러한 무관심이 학교의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위인에 대한 존경심마저 떨어뜨려 교육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결론적으로, 관내 학교에 동상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낡고 훼손된 동상은 얼마인지 전수조사를 실시할 생각은 없는지, 앞으로 보수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 묻고 답변을 요구했다.

김종래 의원의 이러한 질문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문제를 새롭게 들춰내 개선을 촉구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현실을 어렴풋이 조명한 느낌이 드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북교육지원청 관내 태화초등학교의 경우 인물 동상 4점이 학교건물 앞 화단을 띄엄띄엄 차지하고 있다. 세종대왕 좌상과 이순신장군 전신상, 그리고 ‘반공소년 이승복 어린이’ 전신상과 이력이 분명치 않은 ‘효자’ 전신상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어린 학생들에게 ‘존경받을 만한 위인’은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이들 모두, 김종래 의원의 지적처럼, 허술한 관리 속에 오랜 비바람에 시달린 탓인지 빛바래고 낡아빠진 모습들이어서 존경심은커녕 ‘흉물스럽다’는 인상만 풍기고 있을 뿐이다.

차제에 울산시교육청에 건네고 싶은 제안이 있다. 가능하다면, 존재의미가 엷어졌거나, 시대정신에 어긋나거나, ‘이승복 동상’이나 ‘단군(檀君)상’처럼 시빗거리가 될 만한 동상은 모조리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아름다운 화초나 운치 있는 관상수를 심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결단이야말로 우중충한 학교 분위기를 더욱 밝게 만들고 학생들의 정서 함양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울산시교육청이 가장 먼저 서둘렀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학교 동상에 대한 전수조사와 교육가족(학생·학부모 포함)들의 진솔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다. 그 다음은 희망하는 학교에 대한 동상 철거비용 지원이다. 업자들은 철거비용으로 동상 1기당 100만원 이상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교육청의 지혜로운 선택을 기대한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