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자 없는 신고리 5·6호기 갈등
조정자 없는 신고리 5·6호기 갈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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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공약사항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가 돌이키기 힘든 현실로 비쳐지면서 불거진 원전주변지역 주민과 시민·환경단체 간의 갈등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를 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 미묘하고도 첨예한 갈등을 앞장서서 조정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울주군 서생면 신리마을 주민들은 지난 9일 고리원전 사거리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백지화될 경우에 닥치게 될지도 모를 ‘경제적 절벽’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회원들은 지난 8일 울산시청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회원들은 신고리 5·6호기를 ‘재앙의 근원’이라며 지역 정치인들에게 탈핵(脫核) 대열에 합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로 인한 갈등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위험궤도 위를 쉼 없이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울산시장은 외국에 체류 중이어서 말씀할 겨를이 없는 것 같고, ‘건설 백지화’에 찬성하는 무소속 2명을 제외한 지역 국회의원 대부분도 입에 마스크라도 했는지 역시 아무 말씀들이 없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측면지원에 힘입은 시장이 ‘신고리5·6호기 건설 백지화’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부산 쪽 사정과는 너무도 판이한 것이 그저 신기해 보일 따름이다.

우리 지역사회에 균형감각과 통찰력을 갖춘 ‘지역 어른’이 존재한다면 이런 때에 감연히 나서서 입바른 소리도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갈등 조정 시스템이 너무도 취약한 탓일까? 아직 아무도 그런 역할을 자임하는 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쩐’(錢)으로 상징되는 물질적 가치가 토종생태계를 짓뭉개는 외래식물처럼 우리네 미풍양속을 끊임없이 교란시키는 현상이다. 그런데도 이를 막아내자고 외치는 ‘광야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사회지도층 인사는 물론이요 종교계 지도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 한심스러운 국면을 누가 앞장서서 타개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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