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학춤, 경사 났네
울산학춤, 경사 났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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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수도이고, 예레반(Yerevan)은 아르메니아공화국의 수도이다. 필자는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5일까지 7박8일간 러시아와 아르메니아 두 나라에서 1회씩 모두 2회에 걸쳐 ‘울산학춤’을 공연하고 귀국했다. 울산학춤보존회(회장 김영미)는 한국-러시아 문화주간, 한국-아르메니아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문화예술교류 행사에 초청되어 러시아 모스크바와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공연을 펼쳤다. 공연 제목은 ‘전통예술의 향연-혼의 소리, 혼의 몸짓’.

5월 30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노바야 오페라극장이, 6월 2일에는 아르메니아 예라반의 국립 아르메니아 아람하차투리안극장이 공연무대였다. ‘문화체육관광부 2017 전통예술 해외진출 지원사업’에 선정됨으로써 마련된 이번 공연은 국립 경상대학교(GNU, 총장 이상경) 인문대학 민속무용학과 임수정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아 총괄 지휘했다. 주(駐)러시아 한국문화원(원장 김일환)이 주최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KOTPA), (주)KSI와 울산시, 울산문화재단이 후원했다.

공연 프로그램은 판소리, 농악, 살풀이춤, 가야금산조 및 병창, 태평무, 울산학춤, 진도북춤 등 한국의 다양한 전통무용과 음악으로 구성되었다. 울산학춤은 김영미, 박윤경 그리고 필자가 함께했다. 이 글은 동참기이다. 솔직한 기록은 역사이자 후학의 자산이기에 남기고 싶다.

9시간가량의 비행기 생활이 지겨워질 무렵 모스크바 ‘쉐레메째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밟아본 러시아 땅이다. 필자에겐 ‘소련’이란 말이 무섭게 인식된 터라 마음이 쉬 놓이진 않았다. 전차가 지나갔다. 배가 회색인 까마귀가 옅은 보라색 꽃을 활짝 피운 라일락 그늘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백할미새 한 마리는 화단을 새로 꾸미는 인부 곁에서 눈치를 보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노바야(Novaya) 오페라극장에서 울산학춤을 추었다. 이 극장은 주로 오페라가 되는 극장이다. 저녁 7시 공연을 준비하기 위한 리허설은 오전 11시부터 계속됐다. 결과는 박수와 갈채로 이어졌다. 커튼콜을 받고 나서 아리따운 이국 여성이 건네주는 꽃다발도 받았다. 답례로 악수를 청하니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러시아에서 열심히 한국과 울산을 알린 덕분에 얻은 값진 대가였다. 같은 날 울산에서도 울산학춤이 추어졌다. 울산대곡박물관(관장 신형석)이 올해 첫 특별전으로 마련한 ‘학성(鶴城), 학이 날던 고을 울산’의 개막식에서였다.

지난 2일에는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의 ‘국립 아르메니아 아람하차투리안 극장’에서 울산학춤을 추었다. 한국-아르메니아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었다. 모스크바를 떠나 3시간가량 비행한 끝에 도착한 곳이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이다. 좌석이 1천700석이나 되는 웅장한 분위기가 우리를 압도했다. 이곳도 오페라를 주로 공연하는 오페라 전용 극장이다. 우리의 공연을 위해 고무판을 새로 깔아주었다.

공연 결과 역시 박수와 갈채였고, 대단한 환대였다. 공연이 끝난 뒤의 분위기는 모스크바와는 사뭇 달랐다. 관중들은 무대 위로 올라와 기념사진 찍기를 원했다. 무대 위에 올라온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하나같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미소가 좋아요”, “사랑해요” 등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이유를 나중에 물었더니 한류와 K팝의 영향이란다. 기념촬영이 길어져 공식 만찬에는 늦게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공연을 마치고 버스를 타러 가는 거리에서 그들은 돌아가지 않고 기다리며 춤사위를 흉내 내더니 가까이 다가와선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그들의 눈빛에서 독창적 자국 문화의 존재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같은 날 울산에서도 울산학춤이 선보였다. 중구의 ‘2017 마두희 축제’를 위한 공연이었다. 울산학춤이 모스크바 공연에 이은 아르메니아 공연에서도 같은 날 선보였다는 것은 공교로우면서도 의미 있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울산학춤보존회 출범 20주년을 맞이한 올해인지라 최고의 자축연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울산학춤보존회가 1997년부터 기록하고 있는 공연일지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공연이 942번째였고, 아르메니아 예르반의 공연은 945번째였다. 외국공연 일지에는 러시아가 22번째, 아르메니아가 23번째로 기록됐다. 대곡박물관에서 춘 것은 941번째, 마두희 축제에서 춘 것은 944번째로 기록에 남았다.

러시아와 아르메니아를 방문하는 동안 필자는 ‘도랑에 든 소’ 팔자였다. 한쪽에서 공연을 하고 다른 한쪽에선 조류 관찰을 했기 때문이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돌 하나를 던져 새 두 마리를 잡은 셈이었다.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참새처럼 관찰 결과를 잠시 소개한다. 모스크바에선 제비, 붉은부리갈매기, 까마귀, 백할미새, 참새, 양비둘기, 찌르레기, 갈매기, 지빠귀 등 9종, 예레반에선 참새, 제비, 황새, 까치, 딱새, 방울새, 백할미새, 찌르레기, 까마귀, 양비둘기 등 10종, 상트페쩨부르크에선 제비, 까마귀, 붉은부리갈매기, 까치, 양비둘기, 지빠귀, 박새, 백할미새, 청둥오리, 찌르레기, 백할미새, 제비갈매기 등 12종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상트페쩨르부르크 버스정류소의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지빠귀의 굳은 사체를 보았던 일. 그 모습은 아직도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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