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탈출에 대한 심증
패닉 탈출에 대한 심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1.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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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사태에 맞서 사상 초유의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주식시장은 폭락세를 기록했다.

KOSPI의 월간 하락률은 외환위기 때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30%를 넘어서면서 주식투자자들은 물론이고 관련업계를 패닉의 상태로 몰아넣었다. 물론 전 세계 주식시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MSCI 기준 주요 지수 역시 사상 최대의 월간 하락률을 기록했고 상품가격도 급락했다.

최근의 금융시장 혼란을 방어하기 위해 전 세계 각국의 경제당국자들은 전방위적인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지난주 후반 다소간의 시장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시장참가자들은 여전히 시장안정에 대한 안심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11월에도 투자심리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최근의 금융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관점에서 다소 긍정적인 시그널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TED 스프레드와 리보 금리가 하락한 것은 제한적이나마 자금 순환 조짐이 감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11월초에 있을 미국 대선이 끝나면 그 동안 계획에 머물렀던 정책들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금융위기의 무게감을 경감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둘째, 이미 주가가 많이 내렸다는 점이다. 가격변수의 움직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의 위치이고 논리이다. 객관적인 측면에서 KOSPI의 장기추세선인 20개월 이동평균과의 이격도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인 -41.2%에 달하고 있다. 셋째, 주가의 급격한 조정과 함께 벨류에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시점이다. 현재 KOSPI PER은 7.4배로 과거 20년 평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또한 0.89배의 PBR 역시 20년 평균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어닝스일드갭을 크게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호재보다 악재가 많은 국면이다. 심증적으로는 주식시장의 바닥권을 다지는 그림을 예상해 볼 수 있지만 뚜렷한 물증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한 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악화된 투자 심리가 안정을 찾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은 여전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위기로 인한 실물경기여건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다시 한번 냉정하게 되십어 볼 만한 대목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 역사상 수많은 국가가 이렇게 동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방출하여 금융경색을 해소하려 하고 경기를 부양하려 했던 적이 있었는지 반문해 볼 일이다. 금리인하, 통화공급, 경기부양 이 3박자의 공조정책은 현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아직도 막강한 파워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1700년 이후 세계 경제는 통화 팽창에 따라 인플레이션 국면을, 통화 수축에 따라 디플레이션 과정을 반복해 왔다. 사상초유의 금융위기가 글로벌 시장을 악몽으로 밀어 넣었다면 지금은 사상초유의 통화팽창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 나는 하키 퍽이 있던 자리를 보면서 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하키 퍽이 날아갈 자리를 보면서 친다.”는 워렌버핏의 말을 되새겨 봄 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건 지금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규모의 유동성 인플레이션이 준비되고 있다. 김기석 대우증권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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