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턴 ‘주차장뺑소니’도 형사처벌 대상
3일부턴 ‘주차장뺑소니’도 형사처벌 대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6.0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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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라면 누구나 주차시켜둔 차량의 앞뒤 범퍼나 측면이 긁히고 가벼운 충격으로 파손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럴 때 대부분의 가해자는 현장에서 달아나기 일쑤여서 들키는 일이 드물고 들키더라도 별다른 처벌 없이 보험처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피해자로서는 이처럼 분통 터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도로교통에서 가장 대표적인 생활범죄라 할 수 있는 ‘주차장 뺑소니’의 신고 건수는 2013년 21만 6천235건에서 2015년 35만 6천631건으로 불과 2년 새 64.9%포인트나 늘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손해보험사가 ‘가해자 불명’으로 지급한 물피사고 보험금은 최근 5년간 4천837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많은 가해자들이 사고를 낸 후에 달아나는 가장 큰 원인은 현행 도로교통법 조항 때문이었다. 도로교통법 제54조는 교통사고 발생 즉시 차를 세우고 사상자 구호 등의 필요한 조치를 먼저 하고 경찰관에게 신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사고후 미조치’ 즉 뺑소니 친 경우의 처벌 규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었다.

하지만 운전자가 없는 주차차량에는 ‘뺑소니’ 개념이 적용되지 않았다. 힘들게 블랙박스나 CCTV 확인으로 범인을 알아냈다 하더라도 처벌을 할 수 없어 ‘법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적용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으나 ‘재물손괴죄’는 남의 물건을 ‘일부러’ 파손한 경우에만 한정될 뿐 ‘실수로’ 망가뜨린 경우는 해당되지 않아 적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 6월 3일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앞서와 같은 법적 허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로교통법이 개정됐고 이렇게 개정된 법률이 6월 3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54조에는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성명, 전화번호, 주소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또 이 법 제156조에는 ‘주차장 뺑소니’ 가해자에게 최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가 형사처벌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주차장 뺑소니’ 즉 ‘물피도주 범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 할 수 있다. 주차장 뺑소니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째, 블랙박스를 반드시 장착하고, 2주에 한 번씩은 메모리카드를 포맷해 준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로 영상이 저장되더라도 메모리카드를 포맷하지 않아 사고영상이 저장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불법주정차를 삼가고 주차구역 내에서도 가급적 CCTV가 비추는 방향으로 차를 세우도록 한다. 셋째, 차를 타거나 차에서 내릴 때 차량 외부를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 피해 여부를 즉각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다. 피해가 정확히 언제 발생했는지 모르는 경우 블랙박스가 있더라도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차장 뺑소니는 명백한 범죄이다. 하지만 형사적 처벌이 두려워 사고 후에 조치를 하는 것보다는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차량의 손상 부분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보상을 제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멀쩡히 주차해둔 소중한 차를 긁거나 찌그러뜨린 후 연락 한 통 없이 가버린다면 피해자는 얼마나 속이 상할 것인가? 나 또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두 양심적인 운전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현주 동부경찰서 남목파출소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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