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냥 가지 말아주세요
이젠 그냥 가지 말아주세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3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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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그맨 이창명씨가 저지른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및 사고후 미조치) 사건에 대한 판결이 최근 내려졌다. 재판부는 음주운전 혐의는 알코올 섭취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교통사고가 이씨의 잘못으로 난 점, 피해차량을 방치하고 신고도 하지 않은 점은 도로교통법 위반죄(사고후 미조치)를 적용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사고발생시의 조치)은 다음과 같다. 즉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해 사람을 사상케 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이하 ‘교통사고’라 한다)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이하 ‘운전자 등’이라 한다)은 즉시 차를 세우고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해야 한다. ①호=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②호=피해자에게 인적사항 제공.

이 규정에서 보다시피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인식했다면 반드시 차를 세운 다음 사상자가 있으면 119 신고 등의 필요한 구호 조치를 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려주고 가까운 지구대, 파출소, 경찰서로 신고 조치를 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여기서 ‘조치’들은 잘못 여부를 떠나 주어진 의무이므로 운전자는 사고에 책임이 없더라도 그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 더 나아가 사상자가 발생했는데도 아무 구호 조치 없이 인적사항도 밝히지 않은 채 그대로 달아난다면 가중처벌을 피할 수 없다.

교통사고조사팀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접해본 교통사고는 인적피해 없이 주·정차 차량을 들이받은 뒤 곧바로 현장을 떠난 사고들이다. 인적피해가 없는 가벼운 충격 사고인 경우 운전자가 충격을 느끼지 못하고 사고현장을 벗어나거나 ‘나중에 보상해주면 되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 경우, 교통을 방해하거나 추격을 당하는 일이 없으면 어렵게 가해자를 찾아도 처벌할 수가 없고 보험처리를 하거나 수리변상을 받으면 끝이다. 그러다보니 나중에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면 수리를 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차량 피해가 생겼는데도 처벌도 안 된다며 하소연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6월 3일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관계법 개정에 따라 단순한 물적 피해 교통사고라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반드시 뺑소니 책임을 묻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정차 차량을 충격했을 경우 반드시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알려줘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고, 이 사실은 자신의 범죄경력에 기록으로도 남게 된다. 가벼운 충돌사고라도 상대방에게 연락을 취해야 하고, 연락처를 모르면 피해차량에 메모를 남겨두는 것이 현명하다.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도록 역지사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한다.

김현지 울주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조사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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