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의 첫인상
후쿠오카의 첫인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2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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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은 난생처음이었다. 근 40년 전, 유럽 여행길에 경유지인 나리타공항에 잠시 머문 적은 있었다. 하지만 관제구역을 벗어나 멀고도 가깝다는 나라 일본 땅을 2박3일 여정으로 밟아본 것은 실로 처음이었고,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후쿠오카(福岡, Fukuoka)공항의 입국 절차는 불쾌하리만치 까다로웠다. 김해공항에선 없는 지문채취와 밀착수색이 주범이었을까? 곳곳에 내걸린 구호 ‘테러 방지’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불법체류 방지’가 더 절실한 이유 같았다. 숙소 주소나 주인 연락처를 모르면 그만큼의 시간이 더 들어야 했다. 숨 막힐 듯한 저가항공기에서 빠져나와 길게 늘어선 한국인 여행객 160여 명은 외국이기에 애써 참았을까? ‘찍소리’ 한마디 없는 게 오히려 신기했다.

후쿠오카는 일본 규슈(九州) 북부의 현(縣)으로 서쪽으로 쓰시마해협(對馬海峽)과 접하고 있고, 그만큼 부산과는 가깝다. 갈 땐(‘에어부산’ 이용) 약 40분, 올 땐(‘진에어’ 이용), 약 1시간이 걸렸다. 우리 가족이 둘러본 곳은 현청 소재지인 후쿠오카 시(福岡市)와 합병 전까지 시(市)로 존재했던 하카타 구(博多區, 이하 ‘하카타’)였다. 하카타 시청(市役所)은 하카타 만(灣)의 남쪽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하카타 만’이라면 1281년 이른바 ‘가미카제’(神風)가 불어와 몽골 침략군 함대를 침몰시키거나 쫓아버렸다는 전설 속의 지명이다.

후쿠오카 특히 하카타는 ‘관광객으로 먹고 산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유명 관광지로 다가왔다. 하카타에서 특히 눈여겨만한 곳은 ‘쇼핑과 문화를 한 자리에서’ 즐기도록 꾸민 거대한 규모의 복합 상업시설 ‘커낼 시티 하카타’(Canal City Hakata, キャナルシティ博多). 하카타 역 출구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고, 이름 그대로 ‘커낼(canal, 운하)’을 테마로 삼아 1층 중앙에 작은 인공 운하를 만들어 놓았다. 여행 둘째 날(5.26) 오후 1시, 때맞춰 틀어놓은 비틀즈 노래와 함께 펼쳐진 분수 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모자람이 없었고, 뒤따라 진행된 미모 여가수의 라이브 쇼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귀국 후에 안 일이지만 ‘커낼 시티 하카타’의 벽면에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180대(가로 18대, 세로 10대)나 되는 TV모니터를 질서정연하게 설치해 둔 이 작품의 이름은 ‘Fuku/Luck, Fuku=Luck’. Matrix’로, 백남준의 작품으로선 일본 내 최대급을 자랑한다. 고인이 된 그는 1995년에 후쿠오카 아시아문화상 예술·문화상을 받은 바 있고, 그의 부인도 일본여성이어서 후쿠오카와는 인연이 깊다.

흥미로운 것은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상당수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물 반, 고기 반’이란 말을 ‘사람 반, 한국인 반’으로 바꿔놓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농담이 나올 만큼 곳곳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어깨라도 부딪치면 ‘스미마센(すみません=미안합니다)이란 사과를 입버릇처럼 하는 현지인들과는 달리 그런 행위 자체를 쑥스럽게 여기는 한국인, 그것도 경상도 남자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카타는 일본어, 일본말을 몰라도 불편을 못 느끼는 ‘한국인 관광객 특구’ 같은 곳이었다. 쇼핑몰마다 한국어 안내와 한글 설명문이 따라다니고, 시내버스나 시외버스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한국인 관광객이 왜 이리도 많은 것일까? 여행 마지막 날 의문이 조금 풀렸다. 어느 쇼핑몰 기념품 코너에서 마주친 아르바이트생 김민정 씨(23, 큐슈대 재학 중)이 살짝 귀띔해 줬다. 고향이 부산 해운대인 그녀가 말했다. “후쿠오카는 한국에서 제일 가깝고 물가도 싼 편이어서 쇼핑하기에 좋은가 봐요. 부산에서 여객선으로도 많이 오시고요.”

하카타를 중심으로 한 후쿠오카의 시가지들은 ‘잘 정돈된 서랍’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곳 사람들은 ‘잘 훈련된 병사’라는 느낌도 들었다. ‘친절’과 ‘청결’로 완전군장을 한….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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