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도시 만들기
시원한 도시 만들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24 2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날이 서서히 더워지고 있다. 며칠 전 밭을 나가보니 너무 건조해 누렇게 뜨고 있었다.

이제 다시 그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졸였다. 예전 마당은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비워져 있었다. 농작물을 갈무리하는 장소이기도 했지만 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더운 날 방문을 앞뒤로 열면 마당의 상승 열기를 채울 집 뒤켠, 산이나 대나무숲에서 시원한 바람이 내려왔다. 자연대류를 이용해 자연스레 더위를 피했다. 그래도 더우면 마당에 물을 뿌렸다. 물이 증발되는 과정에 에너지가 필요한지라 그 열기를 식혀 주었다. 집 근처에는 큰 나무를 심지 않는 것으로 알지만 가지가 질긴 나무들을 건물 서북쪽에 심었다. 참느릅나무를 건물 북서 방향에 심으면 여름철 오후에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해 집안 온도를 몇 도 정도는 낮출 수가 있었다.

도시에 아스팔트로 포장된 면적이 넓어지고 자동차와 고층건물들이 점차 증가하면서 녹지면적은 차츰 감소하고 있다. 도시 여름은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그 피해액은 생각보다 크다. 수많은 안전사고가 수면부족으로 인한 집중력 문제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열대야가 일어나는 원인은 뭘까? 땅은 공기보다 쉽게 더워지고 식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한낮에는 지표온도가 대기온도보다 높지만, 밤이 되면 땅이 먼저 식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주변 공기온도가 지표온도보다 더 높을 경우 열기가 위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밤에도 높은 온도가 지속된다. 또한 복사열이 대기 수증기나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등)에 흡수되면 기온이 올라가게 된다. 습도가 높은 날에는 한낮의 열기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열대야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열대야 현상은 농촌보다 ‘열섬 현상(heat island)’이 있는 도시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도시에선 아스팔트 도로와 빌딩 등 인공구조물이 열을 흡수하고, 흡수된 열이 적외선 복사 형태로 다시 내뿜어져 도시 전체 온도가 올라간다. 게다가 사람과 자동차, 냉방기기 등도 열을 발생시키는 요인이다. 도심 기온은 녹지가 많은 주변 지역보다 2~5도 가량 높은 것이다.

기온이 같은 지점을 등온선으로 연결하면 높아진 도시 안의 기온 분포도가 마치 섬의 등고선 같은 형태를 띠기 때문에 ‘열섬 현상’이라 불린다. 열섬 현상의 반복이 열대야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 지구 온난화도 열대야에 영향을 끼친다. 최근 100년 동안 세계 평균기온은 0.6도 높아졌지만 우리나라는 1.5도가 올랐다고 한다. 급격한 도시화 때문에 세계 평균보다 상승 폭이 훨씬 더 큰 우리나라 도시가 닥친 열섬 현상, 폭염문제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한여름 아스팔트로 포장된 지표온도는 무려 55도에 달한다. 공간이 부족하지만 가로수를 두 줄 이상 심고 여유 공간에는 도시숲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콘크리트 건물에는 덩굴식물을 올리고 옥상에는 텃밭 등 녹지공간으로 만들어 온도를 낮춰야 한다. 녹색식물은 햇빛을 흡수하기도 하지만 반사하기도 한다. 숲은 태양열의 80% 이상을 기화열로 소모하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시원한 것이다.

또 다른 혜택은 식물의 증산, 발산 작용이 도시열섬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에 심은 가로수 한 그루는 숲 속 나무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우리에게 더 큰 의미가 있다.

도시의 나무 비율이 10% 증가하면 기온은 0.5~0.7도 낮아지고, 냉방시설을 이용하는 비율도 약 9% 정도 감소한다고 한다. 공기를 정화시키고 방음벽 역할도 한다. 하지만 가로수는 그 뜨거운 아스팔트 곁에서, 떠 있는 ‘섬’처럼 띄엄띄엄 자란다. 타들어가는 나무들에게 물을 주는 것은 나무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도시온도를 낮추는 역할도 한다. 나무 한 그루가 하루에 뿜어내는 물기의 양은 생각보다 많다. 나무뿌리는 물을 이용해야만 영양분을 빨아들일 수 있기에 사용한 물을 증산 활동으로 열심히 내보낸다. 광합성에 이용되는 물은 전체 물의 1/10정도밖에 안 된다. 100년 정도 된 느티나무는 여름 한낮에 놀랍게도 400리터 정도의 수증기를 뿜어낸다. 거대한 숲은 물로 가득 찬 자연 댐인 것이다. 숲이 뿜어놓은 수증기가 역동적으로 움직여 구름을 만들고 비를 내린다. 나무나 숲이 없으면 비도 적게 오고 도시는 더 더워지고 말라 타들어간다.

더위로 몸살을 앓는 지구와 도시를 지켜줄 가장 좋은 처방전은 다름 아닌 숲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공기청정기, 더워짐으로 인한 에어컨- 해마다 신기술을 더했다고 우리를 유혹하는-을 사는 것보다 우리 주변의 숲과 가로수를 재인식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5월말인데도 낮 기온은 벌써 한여름처럼 덥다. 자연은 숲을 파괴해 멀어진 만큼 찌는 듯한 폭염으로, 전기세 폭탄으로 우리에게 되돌려준다.

이동고 자유기고가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