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데 넘이가?” ②
“우리가 어데 넘이가?” 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2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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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말이 ‘어우러져 하나됨의 원리’를 나타내는 단어라고 소개했었는데, 그런 관계의 대표적인 것이 부부다. 남편과 부인은 분명히 결혼 전까지 따로 따로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독립 인격체다. 그리고 결혼 후에도 이 부분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나라 말에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 한다. 분명히 몸은 두 사람인데 마음이 ‘하나’가 되어 ‘남남인 관계가 아니라’ 몸까지 하나인 것처럼 행동하는 현실적 관계라는 말이다.

바로 이것이 서양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 집’을 영어로서는 ‘my home’이라고 한다. 제프리 존스가 고백했듯이 ‘우리’라는 우리말 의미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영어단어가 없다는 말이다. 가톨릭 등에서 ‘삼위일체’라는 단어를 쓰기는 하지만, 신적·초월적인 영역으로 이해할 뿐 우리처럼 생활 속에서 내가 실천하는 원리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관계를 신라의 최치원은 선(仙)의 영역에 포함되는 ‘현묘지도(玄妙之道)’라고 하면서 유불도교의 원리를 다 담고 있다고 했다. ‘우리’라는 우리말은 공자, 석가모니, 예수의 생각을 다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일연 스님은 삼국유사의 고기(古記)를 인용하여 이 원리를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고 하고, 그 원리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라(在世理化)’고 강조했다.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의 이 부분이야말로 ‘우리’라는 말의 진면목이다. 홍익인간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라는 일본식 해석만 알려져 있으므로 얼핏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나 우리식 한자 뜻은 ‘클 홍(弘), 더할 익(益), 사람 인(人), 사이 간(間)’이니 ‘사람 사이를 크게 더하라’는 의미다. 지면 관계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더 한다’는 것은 수(數)적으로 더 많은 사람을 뜻할 수도 있고, 부부관계처럼 질적으로 돈독해져 ‘우리’가 되라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울산에는 우리 조상들이 이러한 ‘우리’를 생활 속에서 실천한 현장 모습이 바위에 그림으로 남겨져 있다.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사냥 그림인데, 이 그림을 정밀 취재해서 보도한 영국의 BBC나 2012년 공동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 학자들은 그 속에 인류사회 형성의 힘인 ‘우리’의 실천 정황이 있다는 것은 찾아내지 못했다.

이 그림에는 대표적인 귀신고래를 포함하여 46마리 이상의 다양한 고래가 그려져 있고, 여러 척의 배 위에서 작살과 낚싯줄을 사용하는 사람, 고래를 끌고 가는 배의 모습 등으로 보아 선사 ‘인류 최초의 고래잡이 광경’이라는 것이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이상목, 대니얼 로비노 박사 등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래가 워낙 커서 단독 어로로는 잡기 힘들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각각 다른 역할을 나눠서 협동하는 집단어로를 한 것이다. 역사학에서는 4천여 년 전의 고인돌을 집단의 힘이 조직적으로 사용된 흔적으로 보고 있는데, 울산사람들은 8천여 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공동(‘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어울림 생활방식, 즉 공동체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다.

한류가 우리 겨레 문화에 내재된 어울림 문화의식 때문이라면 ‘한류’의 뿌리가 울산이 되는 것이며, 보이지 않는 이치를 담은 현묘지도와 ‘나와 너’가 남남으로서 무한 경쟁을 하는 관계가 아니라 ‘우리’라는 한 덩어리로 어우러져야 모두에게 더 큰 이익이 된다는 ‘홍익인간’이념의 최초 실천 장면이고, 교과서에 나오는 두레, 계, 마을 등 우리 겨레의 공동체 문화의 최초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있는 우리 고향인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울산인가?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역사학 박사·울주 삼동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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