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학 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서
[손종학 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1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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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소통’을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일주일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이명박근혜 전 대통령이 워낙 역사를 거꾸로 돌려놓아서 그런지 권위를 벗은 문 대통령이 자기 옷을 자기가 벗는 아주 상식적 행동만 해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수석들과 오찬을 마친 후 커피 컵을 들고 나란히 거닐며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거나 국민들과 스스럼없이 ‘셀카’를 찍는가 하면직접 인선을 발표하는 등 관례와 틀을 깬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파파미(=파도파도 미담)’란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열광하고 있다. 더욱이 김정숙 여사의 쾌활하고 소탈한 모습에 청와대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행보는 대한민국의 공기를 바꿔 놓았다. 어둠의 장막을 걷어버리니 환하고 따뜻한 햇살이 나라 구석구석을 비추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암울하고 음습했던 공기가 생기 넘치는 신선한 공기로 바뀌었다. 적어도 그동안 사방에서 조여 오는 압박에 살얼음판 걷듯 늘 조마조마하게 살았었는데, 갑자기 숨쉬기가 편해지면서 어리둥절해 하거나 감격까지 하기도 한다.

인터넷에 글을 써도, 함부로 말을 해도, 더 이상 협박을 받거나 감시를 당하거나 고소를 당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국민의 입과 손, 발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 마음껏 쓰고 말하는 분위기로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 문 대통령의 행보는 너무도 당연하다. 너무나도 당연한 문 대통령의 행보에 국민이 열광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상식이 안 통했기 때문이며, ‘고소영’ ‘명박산성’ ‘불통근혜’ ‘수첩공주’란 오명을 쓴 이명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할 때 한층 더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권위를 벗고 소통하는 대통령을 오랜 시간 가져보지 못했기에 더욱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이명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 9년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국민과의 소통을 문 대통령은 단 몇 시간 만에 해냈다는 평가에 인색하지 않은 것 같다. 국민들은 오랜 고통의 터널을 지나 이제야 지도자다운 지도자의 탄생을 보았노라고 흡족해 하는 것 같다.

‘기뻐서 눈물이 난 건 3년 만에 처음’이라던 세월호 유족들에게, ‘희망이 보여서 설레고 눈물이 난다’던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착각하지 마라. 이것은 기뻐할 일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옳지도 현명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 정치’에 너무 오래 매달려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이미지 정치에 곧 식상해 할지도 모르고, 분노하고 참담하다고 생각해 왔던 현실에 눈을 돌려 요구를 봇물처럼 쏟아 낼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의 탈권위적인 행보, 나눔과 배려, 따뜻함만으로는 분출되는 국민들의 요구를 잠재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벌써, 탄핵에 책임 있는 정당뿐 아니라 일부 언론들이 국민의 위대한 선택을 무력화시키고 기득권을 지키려고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시답지 않은 ‘통합’이란 미명 아래 당당히 면죄부를 요구하려 든다. 오만하게도 그들을 배척하면 정권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겁박 아닌 겁박도 서슴없이 늘어놓기도 한다.

지난해 그 추운 눈보라 속에서, 광장에서, 거리에서 ‘이게 나라냐’고 외치던 촛불민심의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에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국민이 성공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국민의 높은 지지를 지렛대삼아 촛불혁명 때 분출되었던 ‘적폐 청산’과 ‘준비한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협치’니 ‘통합’이니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적폐의 청산이다. 청산(淸算) 없이 청산(靑山)은 오지 않는다. 적폐 청산 없는 협치와 통합은 봉합이고 야합일 뿐이다. ‘나라다운 나라’에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열광적인 환호는 순간일 뿐 불신은 재임기간 내내, 불명예는 퇴임 후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손종학 전 울산시 체육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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