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단상]탈북민 도운 어느 독지가의 아름다운 동행
[경찰단상]탈북민 도운 어느 독지가의 아름다운 동행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1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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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돕는다는 것, 경찰관으로 살아가는 나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물며 일반 시민들은 더 어려울 텐데…. 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분을 만났기에 행복했던 하루를 보낸 기억이 떠오른다. 그분의 따뜻한 마음에 진한 감동을 받았고, 그날의 감사함을 되새기면서 베풀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방법도 배우게 되었다.

며칠 전 아침 출근길이었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띵∼동∼’하고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아침부터 무슨 스팸일까?’ 하며 전화기를 들었는데 그 내용이 잠시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북한여성’이란 말만 없었으면 스팸으로 생각했을 텐데…. 무슨 말인지 한참을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들었던 문자는 “안녕하세요. OO마트 OOO입니다. 북한여성, 그분은 잘 계시는지요? 애 키우기 힘들지 않나요? 애기 기저귀 값 좀 드리고 싶은데 어디로 연락해야 할지 몰라서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난 3월 초 탈북민 취업을 위해 함께 면접을 보러간 자리에서 뵈었던 인자하신 여성분이었다. 그 당시에도 배려해 주셔서 취업이 가능했으나 탈북민의 개인사정으로 출근을 하지 못해 너무 미안해하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너무 친절하게 맞아주신 분이어서 남다르게 느꼈는데, 역시 그분은 ‘천사’였음에 틀림이 없다.

당시 6개월 된 어린 자녀를 데리고 면접을 보러 왔던 탈북민이 너무 머릿속에 남아서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탈북민에 대해 잠시 잠깐 어려운 사정만 듣고, 지금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고심하던 끝에 탈북민을 만나 전달할 수 있도록 제안했으나 그것은 나만의 생각이었다. 후원자는 “그분이 언짢아할 수도 있고 부담을 주기 싫다”며 “계좌번호만 알아주면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입금해 주고 싶다”고 하셨다. 결국, 그렇게 탈북민의 동의를 얻어 그분께 계좌번호를 전달하게 되었다.

잠시 후 탈북민이 “저의 통장에 50만원이 입금되었다. 인연도 없는 저에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 생활비를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며, 하루 빨리 우리나라에 정착하여 은혜를 꼭 갚겠다”며 그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 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을 해 왔다. 누구에게는 작은 돈일지 모르겠지만, 어느 누구도 쉽게 내놓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님에도 선뜻 베풀어 주신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지만 베풀고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단순히 돕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은 정말 존경해야 할 부분이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시면서도 본인이 누구인지 밝히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하신 바로 그분, 진정한 아름다운 동행의 주인공인 천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송금 후에 남겨준 후원자의 문자는 감동의 의미를 더했다. “그분에게 조금이나마 한국이라는 곳이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는 메시지였다. 감동을 넘어 우리 사회 탈북민의 정착을 위한 목표까지 보여주셨기에 이젠 마음속에 박혀 버린 문구가 되었다. 짧은 만남 속에 경찰관인 나에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동행을 가르쳐 주신 분으로 자리 잡았기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가정의 달, 대부분은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목숨을 담보로 자유를 찾아 나선 탈북민, 낯선 곳에서 정착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런 분들과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어려울 때 베풀어주는 주변의 조그만 관심과 도움이 살아가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하루였다. 너무 고마우신 분!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우리 사회 모두가 아름다운 동행이었으면 한다.

이장희 중부경찰서 보안과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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