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독립운동가’ 방정환
‘5월의 독립운동가’ 방정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0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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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란 아름다운 순우리말을 처음 만들고 95년 전 ‘어린이날’을 처음 제정한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 1899.11.9~1931.7.23) 선생을 우리는 그저 ‘어린이를 사랑한 아동문학가’ 정도로 알아 왔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깜짝 놀라고 만다. 알고 보면 그는 독립운동가였고 천도교(天道敎) 제3대 교주 손병희 선생의 셋째 사위였다. 시대를 앞질러간 그의 ‘지극한 어린이사랑’은 천도교의 밑뿌리인 인내천(人乃天=’사람이 곧 한울님’)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국가보훈처와 독립기념관은 ‘이 달(5월)의 독립운동가’로 방정환 선생을 선정했다. 그의 독립운동 공적도 사실(史實)로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독립기념관에 따르면 방정환은 1899년 11월 9일, 상인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부친의 사업실패로 가세가 기울면서 그는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게 된다. 1917년 상고를 다니던 방정환은 집안형편 때문에 중퇴하고 조선총독부 토지조사국에서 서류를 필사하는 사환이 된다. 이때 그는 ‘소년입지회’의 동화구연·토론회에 참여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놀이와 문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부친이 독실한 천도교도였던 방정환은 이후 천도교 핵심인물로서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1명인 권병덕 선생의 소개로 천도교 3대 교주 손병희 선생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손병희 선생의 딸 손용화 여사를 아내로 맞아들인 그는 천도교의 정신적·물질적·조직적 뒷받침에 힘입어 중단했던 학업을 계속 이어나갔고, 이때부터 청년문화운동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순회강연으로 민족계몽운동에 앞장섰고, 소설·수필·시를 발표하면서 문학의 길도 걷게 된다.

1919년 3·1운동 때는 천도교청년회원으로서 독립만세운동 준비를 도왔고, 이 과정에서 동료 오일철과 자택에서 ‘독립신문’을 등사해 돌리다 일경(日警)에 체포되기도 한다. 2년 후(1921년)엔 일본 유학길에 올라 천도교청년회 동경지회를 조직했으나, 같은 해 11월 10일, 태평양회의를 계기로 독립운동을 벌이려 했다는 혐의로 조선총독부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이후 그는 조금 다른 성격의 독립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천도교 소년회 창립 1주년 기념일인 1922년 5월 1일을 ‘제1회 어린이날’로 선포하고 기념식까지 거행한 것이다. 이날은 현재 어린이날(5월 5일)의 기원이 된다.

그 이듬해(1923년) 3월 20일, 방정환은 소년잡지 ‘어린이’를 창간한다. 또 같은 해 4월 30일엔 일본 도쿄에서 손진태, 윤극영, 진장섭, 고한승 등과 아동문화운동단체 ‘색동회’를 만들어 어린이 인권 보호와 정서적·문화적 국민계몽운동에도 힘쓰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잡지 ‘어린이’에 실을 글과 동화 ‘사랑의 선물’을 집필했고 윤석중·이원수·서덕출과 같은 아동문학가를 발굴·육성함으로써 ‘동화문학’의 장르를 최초로 개척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울산 출신 아동문학가 서덕출(徐德出, 1906.1.24~1940.1.12) 선생이 방정환 선생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자못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방정환의 민족계몽운동은 일제의 탄압, 소년운동 진영의 분열과 재정난, 건강 악화가 겹치면서 끝내 막을 내리고 만다. 1931년 7월 17일 신장염과 고혈압으로 쓰러진 방정환은 그해 7월 23일 “어린이를 두고 가니 잘 부탁하오”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향년 33세의 젊은 나이였다. 정부는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사랑과 나라사랑의 공훈을 기려 1978년에 금관문화훈장, 1980년에 건국포장, 1990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한다.

방정환 선생의 정신세계는 천도교의 근본인 동학(東學)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후세 사가(史家)들은 그의 어린이사랑을 ‘어린이를 한울님처럼’이란 동학사상에서 비롯된 소년운동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동시에 독립운동가였다. 이 또한 ‘사람이 곧 한울님’이란 ‘인내천(人乃天)사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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