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공무원이 보낸 한 달
새내기 공무원이 보낸 한 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2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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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때 우연히 울산의 어느 구청에서 진행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주민센터에서 비교적 간단하고 보조적인 업무를 맡았는데 이를 계기로 대학생활 내내 다른 지역 시청과 구청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구청과 시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렴풋이나마 행정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차츰차츰 알게 되었고 동민을 위해, 구민을 위해, 더 나아가 시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되어야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공무원이 되리라 마음먹고 공무원시험 공부를 시작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라”였다. 강의를 들으면서 가슴에 와 닿은 말이었고, 아직도 일기장 맨 위에 적어놓고 있다. 하나의 목표를 앞두고 다급하게 뛰어가기만 하던 바쁜 시기에 공무원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게 했던 말이기도 했다. 이 말을 되뇌면서 미래의 나를 상상했고, 언제나 공익을 위하는 친절한 공무원이 되리라 결심했다.

2015년, 그토록 바라던 울산시의 행정직 공무원 합격증을 드디어 받아 쥐게 되었다. 다음해 3월, 중구 복산1동 주민센터로 첫 발령을 받았다. 중구청에서 구청장님으로부터 임용장을 받고 난 후, 임용장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합격했다는 사실이 정말로 실감 났던 순간이었다.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서는 부모님께 임용장을 보여드리며 재잘재잘 신이 나서 자랑하던 일이 엊그제 일처럼 떠오른다.

대학생 시절 주민센터, 구청, 시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와 지금이 다른 점을 손꼽으라 한다면 업무를 책임지는 담당자로서의 ‘책임감’, ‘신중함’, ‘꼼꼼함’을 들고 싶다. 조금만 실수하더라도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일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내가 담당한 업무는 ‘통합민원’과 ‘인감’인데, 통합민원대에서는 다양한 증명서와 서류들을 쉽게 발급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로 인한 결과는 무겁게 돌아오기도 한다. 특히 인감증명서와 같은 서류는 재산권과 관련되어 있어서 혹시라도 실수를 하거나 잘못 발급해 주면 선의의 피해자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늘 신중해야 된다고 명심하곤 한다.

통합민원대는 주민센터에서 주민과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참으로 많다. 얼마 전엔 한 민원인이 어렸을 적에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에 대해 알고 싶다고 찾아오셨고, 여러 방법으로 약 20분이나 찾아 헤맨 끝에 민원인이 원하는 서류를 발급해 드릴 수 있었다.

그 민원인은 매우 고마워하며 돌아가셨고, 또 그렇게 열심히 찾아본 적은 난생 처음 있는 일이어서 지금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사실 나로서는 그다지 많은 힘이 들지는 않는 비교적 수월한 전산작업이었다. 하지만 주민센터를 방문하신 민원인에게는 중요하고 또 간절한 일일 수 있다고 믿고 최선을 다해 도와드렸다. 만약 민원인이 원하는 것을 찾아드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안내해 드리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발령을 받고 첫 출근을 하던 날, 동장님께서 헌법 제7조에 대해 물어보신 적이 있었다. 이때는 너무도 당황한 나머지 답변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공직사회에 막 입문한 공직자로서, 언제나 국민에 대한 봉사자임을 명심하고, 신입의 그 파릇파릇함으로, 공부할 때의 그 간절한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국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이예슬 울산시 중구 복산1동주민센터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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