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울산사람 아잉교’
‘나도 울산사람 아잉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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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 기획전시실1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을 기념해 마련(주최·주관)한 ‘2017 울산 민속문화의 해’ 기획특별전이었다. ‘나도 울산사람 아잉교-수용과 포용의 도시, 울산’이라는 테마의 이 특별전은 울산의 역사와 울산의 정체성을 소개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행사에 앞서 로비에 나온 박물관 관계자들은 내빈이 행사장으로 들어설 때마다 반갑게 다가가 미리 준비한 돌고래 코사지(corsage)를 가슴에 달아주면서 인사를 건넸다. 울산에서는 강길부 국회의원(울주군)과 김기현 울산시장, 윤시철 울산시의회 의장, 노진달 울주문화원장, 신광섭 울산박물관장을 비롯한 많은 인사가 참석했다. 이문웅 전 서울대 교수, 김명자 전 안동대 교수, 정상박 전 동아대 교수, 김홍남 전 국립민속박물관 관장도 함께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었고, 이밖에도 200여명이 더 참석했다.

행사는 오후 2시 울산학춤보존회(회장 김영미) 회원 4명이 선보이는 ‘울산학춤’ 공연으로 시작됐다. 식이 끝나고 기획전시실 앞에서 오프닝(개막) 테이프커팅이 있었다. 징 소리에 맞춰 오색 종이끈을 손으로 끊자 전시실 문이 활짝 열렸다. 전시실은 <울산으로 모이다(Influx to Ulsan)>, <울산과 함께하다(Hand in hand with Ulsan)>, <울산에서 나가다(Spread from Ulsan)>의 3가지 테마로 나뉘어 꾸며졌다.

이번 기획특별전은 4월 19일부터 6월 19일까지 2개월간 계속된다. 국립민속박물관에 가기가 어려운 울산시민은 다음 기회를 기다려도 좋을 것이다. 기획특별전이 오는 9∼11월 울산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국립민속박물관이 2년에 한 번씩 지자체를 선정, 그 지역의 민속문화를 소개하는 특별행사다. 올해는 때마침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이 되는 해인지라 울산이 선정됐다. 식전행사였던 울산학춤 공연은 국립민속박물관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한 지인은 울산에서는 가끔씩 볼 수 있어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막상 외지인 서울에 와서 접하고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고 했다.

울산학춤 공연은 ‘2017 울산 민속문화의 해’만큼이나 의미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울산광역시 승격 기념 특별행사에 나이를 같이하는 20살 청년의 울산학춤이 초청된 덕분에 공연에 동참한 필자로서도 감회가 무척 새로웠다. 따지고 보면 울산학춤의 국립민속박물관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두 번째다. 세월을 13년 전으로 되돌려보면, 2004년 11월 21일 석남 송석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울산학춤을 국립민속박물관(당시 관장 김홍남) 광장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다. 이날 행사는 울산문화사랑회(회장 서진길)가 마련했다.

그 무렵 울산학춤 공연을 본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우리 민속학, 더욱이 영상민속학에서 선구적 역할을 하신 석남 송석하 선생이 마치 한 마리 학으로 다시 태어나신 듯 가슴이 뭉클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1997년부터 기록하기 시작한 울산학춤 공연일지에는 269번째 공연으로 기록됐다. 그때의 공연 역시 올해의 공연 못지않게 의미가 컸다.

이번 공연을 본 울산 출신 이문웅 교수는 “울산학춤의 특징 중의 하나는 갓 위에 붉은 천을 붙여 학의 붉은 정수리를 표현한 것으로 매우 이채롭다”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울산학춤 동영상을 올리겠노라고 말했다. 13년의 세월이 흐른 이날의 울산학춤보존회 공연일지에는 930번째로 춘 울산학춤으로 기록됐다.

지난 20일 태화루 누각에서는 (사)충숙공이예선생기념사업회가 ‘2017 울산 방문의 해’를 기념해 마련한 ‘한일 우정 걷기, 조선통신사 이예의 길을 따라’ 행사가 거행됐다. 서울에서 출발한 일본 동참자 37명, 한국 참여자 14명 등 모두 41명이 중심이 된 이 걷기 행사는 도쿄에서 막을 내리게 된다. 풍물패의 길놀이를 따라 태화루에 도착한 일행은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누각 마루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 행사에는 충숙공(忠肅公) 학파당(鶴坡堂) 이예(李藝·1373~1445) 선생의 후손들도 많이 참석해 더욱 빛이 났다. 행사 직전까지만 해도 하늘은 금방 비가 쏟아질 것처럼 잔뜩 찌푸렸으나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거짓말처럼 뽀얀 햇살을 드러내 신기한 느낌마저 주었다. 이 행사에서도 울산학춤보존회가 울산학춤을 재능기부 할 수 있어 기뻤고 보람도 컸다. 931번째로 춘 울산학춤이었다.

이예 선생에 대한 울산의 숭모 움직임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없지 않다. 이예 선생은 2005년에는 문화부가 선정한 ‘이달의 문화인물’, 2010년에는 외교부가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이었다. 2015년에는 국립외교원에 선생의 동상이 세워졌다. 지난 20일 울산시 도로명주소위원회가 옥동∼농소간 신설도로 이름 가운데 하나를 ‘이예로’로 확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마침 조선통신사 행사가 열리던 날에 확정됐으니 겹경사인 셈이었다.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올해 울산의 4월만큼은 그렇지가 않았다. 울산학춤보존회 회원들은 모두 2017년 4월 셋째 주를 즐겁고 의미 있는 한 주로 기억할 것이다. 특별한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을 20년 노력 끝에 만끽할 수 있었던 한 주였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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