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올해는 순탄한 협상을 기대한다
현대차, 올해는 순탄한 협상을 기대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20 2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차 노사가 2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 협상에 들어갔다. 올해는 현대중공업 노사협상 파행과 조선업 사내하청 농성 등 지역 노동계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선거, 사드배치 문제, 불확실한 경제 등 국내외적으로 민감하고 굵직한 이슈들 때문에 안정된 노사관계 확보가 더욱 절실하다. 일년의 절반 이상을 노사협상으로 힘을 소진하는 현대차로서는 산적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서라도 올해만큼은 순탄하게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절박한 상황이다.

현대차 역시 지속적인 내수시장 판매 고전과 영업이익 하락에 이어 최근에는 핵심시장인 중국시장에서조차 판매가 급감하는 등 악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사드배치라는 정치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는 중국판매 감소는 사드배치 문제가 당장 해결되기 어렵다고 본다면 장기적인 측면으로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논의 쪽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 미국시장도 불안한 기류로 접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신차종 투입 등으로 이러한 악조건을 헤쳐 나가려 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 새롭게 출시한 중국형 신형 아반떼와 소형 SUV는 현대차의 이 같은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를 신호탄으로 쏘나타 뉴 라이즈, 소형 SUV 코나로 이어지는 판매 전략을 통해 내수시장 부활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경영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항상 그렇듯 노사관계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내수시장에서의 부활과 해외시장 선전을 위한 매우 중요한 타이밍에서 노사관계 불안 때문에 생산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는 전략의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신형 그랜저와 쏘나타 뉴 라이즈, 코나 등 주력 3총사를 기반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현대차가 임단협 협상 난항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불상사만은 없어야 한다.

화제의 책 ‘가보지 않은 길’을 발간한 서울대 송호근 교수는 현대차 노조에 대해 “임금과 복지 올리기만 관심이 있고 지역사회와의 연대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지역민의 비난과 불만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매년 노사협상에서 고임금을 요구하며 거리낌 없이 파업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현대차 노조가 아동센터 지원 등 지역사회와 손을 맞잡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어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다.

이 같은 노조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지역사회연대는 되풀이되는 파업질환을 말끔히 도려내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의미 있고 훌륭한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파업 한방에 모든 이미지 쇄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대차 노조의 지역사회연대 행사를 향후의 파업을 염두에 둔 사전 이미지 개선용 ‘꼼수’로 간주하는 비난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노조의 파업은 비단 노조만이 아니라 ‘현대차’라는 회사 자체에 큰 상처를 남긴다. 근래 안티현대 정서가 팽배한 결정적 원인 가운데 하나는 노조의 파업에서 기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노조가 안티현대의 온상인 고질적 파업과 거리를 두는 방법 중의 하나는 과도한 임금성 요구나 불합리한 요구에 매달려 교섭을 파행으로 이끄는 실수를 재현하지 않는 것이다.

올해 임단협 협상과 관련해 현대차 노조는 “빨리 시작해서 빨리 마무리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번만큼은 떠들썩하지 않고 조용히 그리고 원만하게 협상이 마무리돼 노조의 이 같은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현대차가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노조가 회사와 동반자적 입장에서 협력과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와의 연대의식과 함께 회사와의 연대도 중요시하는 노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주복 편집국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