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염성시민들, ‘사드보복’은 안중에도 없대요”
“중국 염성시민들, ‘사드보복’은 안중에도 없대요”
  • 정동석 기자
  • 승인 2017.04.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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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울산과학대 국제교류어학원장
 

울산과학대학교가 ‘교육영토 확장’의 야심찬 꿈을 차근차근, 그것도 해외에서 실천해 나가고 있다. WCC(World Class College)다운 발상이다. (WCC란 교육부에서 지정하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을 말한다.) 그 꿈의 중심에는 허정석 총장이 무게감 있게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바짝 앞당기는 일은 지근거리에 있는 보좌역의 몫이다. 이연주 울산과학대 국제교류어학원장(53, 실무외국어과 교수)이 바로 그 역할의 주인공.

유학생 13명 어학원서 한국 체험

국제교류어학원 건물 지하 1층의 ‘한국문화체험실’을 찾은 때는 지난주 금요일(14일) 오후. 지하1층이라지만 녹음 짙은 바깥모습을 유리문을 통해 한눈으로 내다볼 수 있어 지하란 느낌과는 사뭇 거리가 있었다.

초행길의 이방인(?)을 반갑게 맞아준 이들은 알록달록한 한복차림의 여학생 9명과 남학생 3명. 모두 외국인 유학생들이었다. (유학생 13명 중 1명은 이날 개인 일로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이 진짜 이방인(異邦人)인 셈이었다.

1∼2학년생인 외국인 유학생들은 학위과정(9명), 복수학위생(3명), 교환학생(1명)의 세 부류로 나뉜다. 그러나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점에서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 출신국적별로는 우즈베키스탄이 6명(남 4, 여 2)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일본 4명(여), 베트남 2명(여), 러시아 1명(여) 순이다.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여자유학생 3명이 모두 ‘고려인’ 혈통이라는 점. 전공과목별로는 유통경영과와 디지털콘텐츠디자인과, 실무외국어과가 각각 4명씩이고 스포츠지도과만 1명이다. 이들 가운데 12명이 기숙사(학생생활관) 생활을 즐긴다. 머잖아 학생생활관이 새 단장을 마치고 중국인 유학생 18명을 새 식구로 받아들이면 이들의 이국(異國) 생활은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親韓도시 염성, 이정표도 한글 표시

이연주 원장은 이날따라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전날까지 중국 장쑤(江蘇, 강소)성 옌청(鹽城, 염성)시 방문 계획에 따라 2박3일간(11∼13일)의 숨 가쁜 일정을 강행군으로 소화해 냈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제 얼굴 참 많이 부었죠? 화장도 안 먹히고….”

외국인 제자들에게 떡과 식혜 요리법을 2시간 넘게 가르치고 있던 이 원장이 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다가왔다. 미소에는 여성스러움이 듬뿍 묻어났다. 중국 다녀온 뒷얘기가 궁금했다. 얘기보따리를 차분하게 풀기 시작했다.

“염성시는요 한국, 특히 우리 울산과는 참 인연이 깊은 도시예요. 이곳에 중국 제3공장이 있는 현대기아차가 제4공장도 곧 지을 계획이래요. 현대모비스도 여기에 진출해 있고, 우리 남구청의 우호도시이기도 하구요.”

그런 덕분인지 염성시당국은 중국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에도 아랑곳없이 중국에서 가장 친한(親韓)적인 도시임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고 했다. 거리의 이정표도 모조리 한글로 표시할 정도라니 한국에 대한 고마움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몇 달 후가 기다려진다. 이 시의 당서기가 오는 7월 친선사절단을 이끌고 울산을 방문, 투자설명회도 열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의리와 콴시(관계)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일 거예요.” 이 원장의 부연이다.

이 원장의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이전까지는 방직산업 정도가 고작일 정도로 시세가 약하고 볼품없었던 ‘소금(鹽)박물관 도시’가 기아차가 진출한 이후로는 엄청난 긍정의 변화를 겪었다는 것. 특히 눈부신 것은 고용 창출과 그로 인한 인구 증가라고 했다. 820만에 불과하던 인구가 지금은 1천만을 헤아릴 정도가 됐다는 것. ‘소도시’가 십 몇 년 사이 ‘중급도시’로 급성장한 것이다. 중국 내 중급도시 중에서 잘 살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니 괄목상대할만한 변화인 것은 분명한 모양이다.

 

▲ 울산과학대 한국문화체험실에서 수업 중인 외국인유학생들과 대학 관계자들.앞줄 오른쪽 세번째가 허정석 총장, 네번째는 이연주 원장.

-‘교육영토 확장’이 꿈… MOU체결 3건

‘교육영토 확장’의 꿈에 부불어 있는 허정석 총장이 이 매력적인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허 총장이 이연주 원장, 강철회 총무처장과 2박3일간 염성시를 다녀온 이면에는 그런 이유가 숨어있었다. 염성시에 머무는 동안 허 총장 일행이 체결한 업무협약(MOU)은 자그마치 3건이나 됐다.

방문 첫날(11일)엔 기계·자동차·전기·환경화학 분야를 전공하는 공업계열 기술전문대학 ‘염성 기사학원’과 국제교류 협정을 맺었다. 두 대학이 합의한 내용은 △인적·물적·정보자원 교류 △취업·창업, 인턴십 및 현장실습, 장단기 연수, 국제자격증 취득을 위한 정보 공유와 양질의 프로그램 개발 △한국 또는 중국으로의 취업준비생(연수생)을 위한 교육과 훈련과정 개설 △외국어 교육센터 공동운영 등이었다.

기술교육 및 인적 교류를 그쪽에서 먼저 희망해 왔다는 게 이연주 원장의 귀띔이다. 울산과학대가 연내에 ‘단기 위탁교육’ 형식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중국 유학생도 실은 이 대학 학생들이라 했다. “1년간 우리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글로벌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란 말도 덧붙였다.

둘째 날(12일)엔 염성시 한국공업원에 사무실을 둔 ‘한국상(인)회’ 관계자와 만나 ‘글로벌사업 및 산학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장 맞춤형 글로벌 인재 양성이 그 취지. 이에 따라 양측은 △시설·장비의 상호이용 협조 △인턴십 프로그램 진행 및 우수인재 채용 연계 △대학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제공에 합의했다. 허 총장은 “앞으로 우리 학생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국제적 감각을 가지고 창의성을 기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같은 날 한국 소프트웨어업계 최초로 염성에 진출한 ‘엔소프트’의 안종용 염성법인장을 만나 ‘해외 인턴십 상호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서’에 서명했다. 협약서에는 취업, 인턴십, 산업체 현장실습 및 견학 프로그램의 진행을 위해 서로 교류·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제교류 DNA’… 日니가타도 교류대상

‘국제교류’에 관한 한 이연주 원장의 활동범위는 가히 마당발(?)급이다. 울산 거주 외국인만 300여명이 참여하는 UIVC(=ULSAN International Volunteer Center, 울산 국제 볼런티어 센터) 이사장직을 맡은 지는 벌써 5년째. 일본 니가타 시민들과의 친분을 못 잊어 ‘니가타를 사랑하는 모임(일명 ‘니사모’)’의 단장을 3년째 맡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니사모 창립 10주년인 지난해 9월말에는 ‘울산 우호의 날개’ 회장 다무라 치즈 여사 일행을 울산 롯데호텔로 초청, 융숭한 환대로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11주년 답방의 해인 올해 9∼10월에는 니가타를 찾아가 그곳 총영사와 더불어 풍성한 한가위 잔치도 벌일 예정이다.

“제 몸속에 그런 DNA가 흐르고 있나 봐요.” 이 원장이 수줍은 듯 웃어 보인다. 어학원 유학생들이 ‘우리 교수님’이라고 따르며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것도 그녀의 몸에 밴 ‘천생친절’ 덕분일 것이다. 주위에선 ‘훌륭한 민간외교관’이란 평을 내리기도 한다.

이 원장의 이러한 품성과 자질은 울산동구청과 울산과학대가 지난 7일 맺은 ‘관광 활성화 업무협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양대 기관이 맺은 협약 속에는 대학 측이 관리하는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일본 등지의 외국인 청년 30∼40명을 관광홍보 도우미로 양성한다는 계획도 들어있다.

-이화여대 법대 출신… ‘태후마마’ 별명도

이연주 원장은 2008년 ‘실무외국어’로 울산과학대와의 연을 맺었다. 어언 10년째다. 그동안 국제어학센터장(2011), 국제교류어학센터장(2013), 국제교류어학원 부원장 및 원장(2016)을 두루 거치면서 지금은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굳혔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부산 동래에서 보냈다. 부산사대 부속고등학교를 나와 이화여대 법대로 진학, 국제법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고, 호주 USQ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무렵의 전공은 응용언어학(TESOL)이었다.

친정이나 시댁의 집안 내력이 무척 화려하다. 부친은 부산에서 관선·민선 구청장을 두루 역임한 이규상 선생이다. 올해로 결혼 30주년을 맞게 된 남편 윤주선(57, 삼양철강 대표이사)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취미는 기악, 작곡 할 것 없이 다양한 편이지만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답니다.” 겸손함의 발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지중지하던 그랜드피아노는 학교에 기증했다.

종교는 기독교. ‘모태(母胎)신앙’이라 했다. 주위에서 붙여준 별명은 의외로 가짓수가 많다.

“별명 말씀이죠? ‘팔방미인’에다, ‘유학생 대모’, ‘(국제교류) 태후마마’에 이르기까지. 느낌은 ‘공주과’인데 하는 일은 ‘무수리과’라는 분도 있구요.”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 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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