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소리]‘녹색약자’를 위한 기부가 필요하다
[생명의소리]‘녹색약자’를 위한 기부가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2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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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녹색약자’를 위한 기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서 ‘녹색약자(綠色弱者)’란 녹색복지라 할 수 있는 공원, 녹지와 같은 생태적 환경으로부터 양보다는 질적으로 소외되어 생활환경의 혜택을 질적으로 누리지 못한 사람이나 생태계의 생물을 일컫는 말이다.

녹색약자들은 사회적 복지의 약자가 되어 질병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문제로의 접근은 헌법 제35조 1항이 규정한 ‘깨끗한 환경에서 행복한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 그리고 환경기본법 2조 2항이 규정한 ‘환경 관련 재화와 서비스의 형평성 유지’라는 환경복지의 개념 속에서 출발한다.

녹색복지는 시대적 상황이나 여건이 변화되면서 강조되기 시작했다. 지난 60∼70년대는 ‘개발’이라는 소명 아래 도시로, 공장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환경보다 빵이 강조되던 시대였다. 점차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90년대에는 ‘균형’을 통한 지역 발전이 강조됐다.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발전을 명분으로 더 많은 산이나 논과 밭, 저수지가 메워지고 파헤쳐졌다. 마침내 그 자리에는 회색의 아파트 숲, 굴뚝 높은 공장이 들어서면서 거대도시가 형성됐다.

그 결과 오염물질을 걸러줄 숲이 사라지고 공기는 오염돼 간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발암물질로 인해 병원은 늘 만원을 이루고 비염, 천식, 아토피피부염을 앓지 않는 이를 찾기가 더 힘들다. 사람들은 이제 신선한 채소보다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로 가꾼 채소를 주로 먹어야 한다. 동물복지가 보장 안 된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먹고 자란 고기를 끼니마다 먹어야 하고 비만이라는 질병까지 앓아야 한다.

게다가 도시 거주형태의 70%가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이다. 공원이 가까이 없는 경우도 많다 보니 건강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삶의 질을 높이는 녹색복지의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도심의 녹색약자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산과 논, 밭에 살던 동식물들도 포함된다. 인간은 이주대책도 없이 생물들의 삶터를 빼앗아 버렸고, 도심 주변에 사는 생물들은 녹색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이들을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 ‘문화재’로 보호한다고 지정만 해놓고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이러한 생물들의 녹색복지가 확충되면 인간의 녹색복지도 함께 좋아질 수 있다. 전 지구의 70%가 도시로 뒤덮이면서 생겨난 병폐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녹색약자에 대한 조사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조사를 통해 녹색약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또한 가장 약한 대상에게는 구체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 모두가 깨끗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복지에 대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아울러 어떤 지표들을 개발하고 지침을 만들어내야 한다.

울산광역시는 환경정책 우선순위의 앞자리에 녹색약자를 위한 정책을 둘 필요가 있다. 녹색약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시민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질병이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는 ‘사후적 복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녹색약자의 구제라는 예방적 차원의 ‘사전적 복지’도 중요하다는 사실도 인지했으면 한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가 녹색약자일 수 있다. 편리한 주거환경과 일자리, 경제발전을 위한다면서 다른 생명체들을 녹색약자로 만든 것도 우리요, 이를 극복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주체 또한 우리다. 사후적 복지에 해당하는 기부나 지원도 필요하다. 멀리 있는 큰 공원보다 바로 내 집 앞에 녹색복지의 질을 높여주는 녹지가 확보돼야 한다. 그 속에서 인간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물들도 함께 잘 살 수 있어야 한다. 생물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도시간의 노력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도시 속의 숲이 아니라 숲속의 도시가 되도록 주거지와 공원, 숲들이 연결되고 물의 공간도 함께 만들어져야 녹색약자가 없는 진정한 환경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 이제는 녹색약자를 위한 숲 관련단체나 유관기관에 기부하고 또 함께 참여하는 것이 녹색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구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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