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둘러싸고 있는 고리원전과 월성원전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원전주변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28일에는 고리4호기에서 원자로 냉각재가 흘러내려 ‘수동정지’ 조치가 뒤따랐고, 27일에는 월성4호기에서 작업자가 중수로용 핵연료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사고를 일으켰다. 탈핵(脫核) 국회의원 모임’과 시민·환경단체들은 즉시 비판성명을 내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공개’ 또는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원자력본부가 고리4호기 원자로를 수동으로 정지시킨 시점은 28일 오전 5시 11분이었고, 냉각재 누설 지점은 격납건물 내 증기발생기 배수밸브였으며, 흘러내린 냉각재 양은 306ℓ로 파악됐다. 뒤늦게 알려졌지만 고리본부가 고리4호기 격납건물 배수조 수위의 상승을 처음 감지한 시점은 이틀 전인 26일이었다. ‘에너지정의행동’과 ‘환경운동연합’은 28일 한수원의 늑장대처를 비판하고 노후 원전의 가동 중단을 촉구했다. 앞서 27일 오후 2시40분쯤 월성4호기에서 일어난 핵연료 낙하 사고는 인재로 밝혀졌다. 원전 종사자가 연료장착 과정에서 부주의로 천연우라늄 한 다발을 1m 아래 바닥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윤종오, 노회찬 의원을 비롯한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 회원 28명은 28일 오전의 성명에서 27일 오후 월성4호기에서 일어난 핵연료 낙하 사고와 28일 새벽 고리4호기에서 발생한 냉각재 누설 사고로 인한 수동정지 사태를 부각시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조사결과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의원단은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인데도 한수원은 ‘방사선 누출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경고메시지를 띄웠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도 이날 성명을 통해 고리3호기 격납건물 내벽 127곳의 철판 부식에 이어 또다시 고리4호기에서 문제가 발생한 점을 들어 고리3호기와 4호기의 가동을 중단을 촉구했다.

이 시점에 국회의원 모임의 성명서 한 구절은 주의 깊게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 ‘큰 사고 전에는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한수원은 언제까지 진상 은폐에만 급급할 것인가? 더 큰 재앙이 닥치기 전에 진상조사 결과를 숨김없이 밝히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