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모래 채취, 계속해도 좋은가?
바다모래 채취, 계속해도 좋은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1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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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다모래 채취를 반대하는 어업인들의 대규모 집회·시위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이 집단적 실력행사에는 울산과 부산의 어업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울산수협 소속 어업인들은 지난 15일 울산 앞바다에서 ‘해상시위’도 벌였다.

정부가 어장 파괴를 우려하는 어업인들의 반발에는 아랑곳없이 남해안 EEZ(배타적 경제수역)의 바다모래 채취 기간을 내년 2월말까지로 또 다시 연장해 주면서 생긴 일이다.

이번 실력행사의 성격은 어업인들의 ‘규탄 구호’에서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수산자원 씨 말리는 바다모래 채취 즉각 중단하라! △어민 논밭 갈아엎는 국토부는 각성하라! △바다모래 퍼낼 거면 내 심장도 퍼내 가라! △어업인 터전 짓밟는 국토부는 각성하라! △바다모래 퍼 나르면 어족자원 말살된다! △수산어업인 다 죽는데 바다모래 채취 웬 말이냐!….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남해안 EEZ 모래의 채취 기간을 연장해주기로 한 배경에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각종 건축에 쓰일 바다모래를 충분히 확보해 이른바 ‘골재대란’을 막아보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행정행위는 하나만 알았지 둘은 모르는 근시안적, 행정편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업인들의 구호에도 나와 있듯이 바다모래의 채취는 어패류를 비롯한 수산자원의 씨를 말리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수산당국이 저인망식 어업을 규제하고, 금어(禁漁)기간을 정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인공어초를 투입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어업인들의 호소는 막연한 주장이 아니다. 10년 가까운 체험에서 우러난 실체가 있는 진실이다. 바다모래를 계속 퍼내기만 하면 남해안의 산란장이 파괴되고, 산란장이 사라지면 숱한 어족자원들이 멸종 위기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찌 외면하려 하는가?

전문가들의 입을 빌면 골재대란의 빌미는 4대강 사업이 제공한 측면도 있다. 또 이번 사태의 책임은 해양수산부의 어정쩡한 태도에도 있다. 정부당국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도록 ‘어업백년대계(漁業百年大計)’의 시각에서 현명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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