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의날 특별기고 ①] 맛집 속에 숨어있는 화학 이야기
[화학의날 특별기고 ①] 맛집 속에 숨어있는 화학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1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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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뭐 먹지?” 많은 사람이 하루를 시작하면서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이다. 사실 먹는 재미를 빼면 세상 살 맛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언제부턴가 방송매체마다 먹방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먹는다는 것 자체가 콘텐츠다. 잘 먹기로 소문난 덩치 큰 연예인들의 맛있게 먹는 노하우 소개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어느 집 냉장고에나 있음직한 재료로 짧은 시간에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이며 승부하는 잘 나가는 셰프들의 요리 대결도 은근히 스릴이 있다.

소박한 백반집부터 최고급 레스토랑까지 직접 탐방하여 맛집을 솔직하게 평가하는 미식가 프로그램도 살짝 재미가 있다. 또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 있는 맛집 고수들을 찾아내 한 치의 양보 없는 불꽃 요리 월드컵을 벌이는 먹방과 쿡방의 끝판왕을 자처하는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먹는 데 무슨 화학이 있느냐”고 의아해할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것 같은 음식을 제공하는 착한 식당을 전국으로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의 선정기준을 보면 알 수 있다. 바로 남은 음식물의 재탕 여부와 식품 첨가물의 사용 여부다. 이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입수한 냉면육수 레시피에는 딱 3가지가 적혀 있었다. 소고기맛 다시다, 백설탕, 그리고 식초다. 맛이 덜 나면 MSG(글루타민산 나트륨) 추가, 이게 전부다. 너무 황당하다. 좋은 식당 결론은 MSG가 아닌 천연조미료를 사용하는 거다.

여기서 음식 맛을 내는 기본 조미료인 장을 비롯해 소금, 설탕, 식초, 기름에 관한 유익한 화학 정보를 알아야 한다.

△첫째, 우리나라는 과거 전국 어디를 가나 집집마다 장독대 하나씩은 꼭 갖춘 ‘장의 민족’이다. 장은 우리 식생활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필수 조미료다.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가 늘 부족한 부분을 장이 보충해주었다. 된장은 복합발효의 산물이며, 간장은 천연조미료다. 고추장은 한식문화의 새로운 리더로 각광받으며, 콩을 거의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청국장은 영양가는 물론 속성으로 만들 수 있는 효율성도 높은 최고의 발효식품이다.

△둘째, 음식 간을 맞추는 소금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백색 황금으로 불린 소금은 맛을 낼 뿐만 아니라 그 화학적 성질을 통해 ‘요리의 과학’을 만든다. 독소나 냄새를 없앨 때, 생선이나 고기를 굽고 채소를 데칠 때, 국수를 삶을 때도 소금을 넣는다. 하지만 소비자는 천일염, 재제염, 정제염의 장단점을 파악해야 한다.

△셋째, 달콤한 맛을 내는 설탕은 주방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안방마님’이다. 혀끝을 자극하는 달콤함으로 음식에 단맛을 더해주고 요리할 때 맛의 균형을 잡는다. 설탕이 160도 이상에서 캐러멜화가 되면 본래 설탕보다 더 진하고 향기로운 풍미를 낸다. 하지만 설탕보다는 꿀이나 사과즙, 키위즙 등 과일즙을 이용하면 단맛을 낼 수 있다.

△넷째, 새콤한 신맛과 코를 톡 쏘는 향이 특징인 식초는 입맛을 돋우는 조미료 역할은 물론, 탁월한 피로회복 효과와 살균 기능까지 갖춘 ‘팔방미인’이다. 식초는 또한 비린내를 잡고 아삭거리는 식감을 살려준다.

△다섯째,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하는 기름은 채소, 해산물, 고기 등 다양한 식재료와 고루 어우러져 음식의 풍미를 높여주는 ‘주방의 보배’다. 기름과 지방은 녹는점이 다른 이란성쌍둥이다. 집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기름은 맛의 다양성을 살려주고 요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주방의 ‘일등공신’이다.

이처럼 우리가 추구하는 음식 맛에는 화학이 존재한다. 식재료를 풍성하게 키우기 위해 예부터 사용하던 비료나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 같은 농약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제는 비료와 농약도 환경친화적, 자연친화적 그리고 인간친화적으로 만든 것을 사용해야 한다. 3월 22일은 울산 화학의 날이다. 머지않아 4차 산업혁명이 다가와 로봇과 인공지능이 널리 보편화되더라도, ‘의식주’ 활동이 계속되는 한 화학은 인간의 삶의 질 향상 욕구를 충족시키는 친근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제11회 울산 화학의 날을 맞이하여, 전국의 화학산업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본보 독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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