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군수는 ‘거시기’가 되지 않겠어?
울주 군수는 ‘거시기’가 되지 않겠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0.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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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언론에서 누구를 지지한다고 실명을 거론하면 선거법에 걸리며, 큰 일이 난다. 그렇게 하였다가는 아우성과 함께 특정 단체들이 불매운동, 그것도 모자라 광고주를 협박한다. ‘언론의 이상(異常)한 자유가 판을 치는 나라이다’라는 소리도 들을 만큼 되었다. 그래놓고는 쇠고기 파동 같은 진짜 이상한 언론자유를 인터넷으로 만끽하고 있다. 저들의 언론자유는 최근의 노무현식 궤변(쌀 직불금 공개와 관련하여 감사원은 청와대의 명령을 따라야 행정이 바로 선다)인데도, 일방적 주장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논박하는 언론사는 없다. 울산제일일보가 조금 시작할 뿐이다. 논박 못 하는 이유야 저들에게 테러를 당할까봐 그러는 것이다.

꼭 미국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대통령 깜’으로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미국의 유력 일간지가 선언하였다. 이런 선언은 꽤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언론사가 이런 지지를 선언해도 미국 시민(미국 민족은 없다)은 각자 판단하는 역량을 갖추어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언론사가 이것을 가정(假定)하고 지지하는 사람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만의 유태인 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어떤 조직들이 있다고 하지만 다 근거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언론은 이런 선언에 반대되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괘씸죄를 덮어쓸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성인용 잡지(특히 HUSTLER)도 같은 맥락에서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다.

입이 있어도, 손이 있어도 함부로 생각을 펼치면 안 되는 것이 보통선거의 법이다. 그래서 선거는 이렇게 치러져야 한다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도토리 키 제기의 상황이라도, 아무리 중립을 지키려고 하여도 은근히 마음 속 저 구석에서 누구를 지지하는 기준점을 제시하고 싶은데 그러지를 못하니, ‘거시기’라고 하는 것이다. 거시기는 ‘너와 내가 다 아는 그것의 다른 말’이다. 거시기는 그저 확인만 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충남, 전북 지역에서 쓰는 말로서 예전에는 사투리로 취급당했었는데 너무 편리(?)하여 지금은 표준말이 되었다.

10월 29일의 울주군수 선거에는 ‘거시기’가 될 것이다. 자유당 시절 같이 투표에는 이겼으나 개표에 지고 마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거시기가 될 것 같다. 거시기는 그동안 정직하게 살아왔다. 거시기는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로 살아왔다. 거시기는 협잡(挾雜; 옳지 않은 짓으로, 우격다짐으로, 변절자의 술책으로 잔머리를 굴려 남을 속이는 것)으로 떼돈을 벌지도 않았다. 거시기는 나중에 질책을 받을지언정, 지역주민들로부터 섭섭한 소리를 들을지언정 바른 길을 택했다. 거시기는 상대방의 작은 허물을 망국의 배신자인양 트집 잡아 자기를 내세우는 사람이 아니다. 미국의 오바마는 형편없는 가정 배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직했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이 믿어주기 시작했다. 언론도 믿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울주군민은 ‘거시기’를 믿어도 될 것 같다. 이 사설을 읽는 독자들은 군수 깜으로 누가 좋은지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서로 토론을 벌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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