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후배간의 악습 고리 끊어야
대학 선후배간의 악습 고리 끊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0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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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지 3개월이 지나고 그 때의 수험생들은 대학교 신입생으로서 입학식에 이어 오리엔테이션(O.T)이라는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각 분야에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한 첫걸음에 설레는 마음으로 새 학기를 보내야 하지만 낭만적이어야 할 대학생활이 선·후배 간의 악습, 나쁜 전통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고 심지어 사망하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었다는 뉴스가 종종 전파를 타게 된다.

후배가 술에 만취해 몸을 못 가눈다는 이유로 선배가 후배를 고의로 넘어뜨려 상해를 입히기도 하고, 내성적인 후배에게 지속적으로 욕설하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주어 이를 비관한 후배가 자살하고, 신입생 환영회에서 오물을 섞은 막걸리를 뿌리고 이를 억지로 먹게 하고, 술자리에서 음주를 강요해 사망하게 했다는 내용의 뉴스들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폭행, 폭언, 음주강요, 얼차려 등의 악습들은 학교 또는 각 과의 문화 혹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행해지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이고 가혹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이에 우리 경찰은 폭행·강요 등의 악습을 근절하고 이에 대한 선제적 예방을 위해 2월 13일부터 3월 31일까지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고 교육당국과 협조하기로 했다.

또한 선·후배 간 위계질서 확립을 빙자한 ‘폭행, 폭언’, ‘음주 강요와 오물 먹이기’, 동아리 가입 강요나 각종 회비 납부를 빙자한 ‘갈취’,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을 중점 신고대상으로 정하고 집중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이미 올해 2월에 수련회를 하기 위해 모인 펜션에서 신입생 후배 2명을 추행하고 성폭행한 유명대학의 재학생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대학 소재지 관할 경찰서에 ‘대학 내 불법행위 수사팀’을 지정·운영하고 대학 내 인권센터와 핫라인을 구축하여 상담·신고체제를 갖추는 중에 있다.

또한 대학의 자율성은 존중하되 명백한 위법사항은 형사처분으로 엄정하게 처리하고 가벼운 사안은 무리한 입건보다 즉심·훈방을 이용한 계도로 처리하며,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관련 정보를 공유해서 대학 자체의 지도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신고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을 것이다. 악습의 피해자인 후배들은 선배라는 우월적인 지위 앞에서 학교에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학생자치기구나 학교 내 인권센터를 방문하여 상담을 먼저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주변인들의 제보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 제보를 했다가 자신이 피해를 보거나 귀찮게 될까봐 제보를 꺼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학 내 학생, 특히 상대적 약자인 후배들의 인권 신장과 건전한 대학문화 조성을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어 적극 제보해 주길 바란다.

학생들 스스로 행복하고 설레는 대학생활을 꿈꾸던 때를 생각하며 악습은 끊어내고 즐거운 대학문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이다.

이정훈 울산동부경찰서 방어진지구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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