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트럭시장 두고 한·중 격돌하나
생계형 트럭시장 두고 한·중 격돌하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0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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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중국인의 행동을 두고 ‘만만디’(慢慢的)라고 한다.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늦다는 의미다.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한국인에게는 그들의 행동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만디에는 ‘철저하다’는 속뜻이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대륙인의 기질답게 그들은 서둘지 않는 대신 철저한 면이 있다. 호흡이 그만큼 길다는 얘기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성급함으로 대했다가는 백전백패하기 십상이다. 마치 대나무가 5년 정도의 뿌리내리기를 한 후 지상으로 죽순이 나오기 시작하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듯이 그들의 철두철미함은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사드(THAAD·고고도방어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로 롯데와 관광업계가 큰 곤욕을 치르고 있어 온 시선이 그쪽에만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또 다른 분야에서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자동차 분야다. 울산의 3대 주력산업 가운데 그나마 고군분투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은 울산은 물론 한국경제 전체로 봐도 반드시 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먹거리 산업이다. 이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산업 붕괴로 발생하고 있는 경제·사회문제가 더 이상 타 산업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울산시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한국에 들어온 중국차는 3만6천대가 넘는다고 한다.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 2천180만여 대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그 동안 ‘메이드 인 차이나’ 하면 ‘모방’ 내지 ‘싸구려’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일견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런 중국이 이젠 한 나라 기술력의 총화로 불리는 자동차까지 경쟁국으로 돌변했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 결과를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드러내겠다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현재 국내에 들어왔거나 들어올 중국산 대표 차종은 싼타페급 SUV와 1톤급 소형트럭이다. 두 차종 모두 국내 메이커, 특히 현대차 울산공장의 주력제품과도 겹치는 차종이다. 이는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 뛰어들어 함께 본격적으로 싸우겠다는 의미다. 웬만한 각오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다. 더욱이 지난해 1월에 미니트럭과 미니밴으로 울산진출을 꾀했다가 실패했던 중한차는 이 달 중 대리점을 다시 열어 재도전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자동차산업 본거지인 울산에 또 다시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것은 호랑이 굴에 직접 뛰어들어 한판 승부를 가려보겠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는 이미 국내 30개 대리점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중국차는 가격경쟁력 하나로 한국 차시장을 노렸다. 그러나 이젠 기술·품질력까지 업 그레이드 시켰다는 자신감으로 울산에서 대결을 펼치겠다는 것은 현대차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더구나 자영업자와 농·어촌 지역의 짐꾼 역할을 톡톡히 하며 소형트럭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포터’는 아직까지 특별한 경쟁자 없이 지존의 자리를 지킨 현대차의 간판 차종 가운데 하나다.

내수시장 점유율 추락으로 자존심이 크게 구겨진 현대차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경쟁자를 맞이할 현대차는 경쟁력 있는 제품생산을 비롯한 만반의 방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노사 간 원활한 협의는 물론, 근로자들도 비상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안개시장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한·중 자동차 격돌이 전개된다는 것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생각조차 못 했다. 어느새 현실이 돼버린 한·중 차 대결이 예사로 여겨지지 않는다. 한국 자동차 생산의 본거지가 외산차에 무너지는 것은 곧 한국 자동차산업의 몰락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선방을 기대한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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