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편지] “옳음은 좋음에 우선한다”
[연구원 편지] “옳음은 좋음에 우선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0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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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교 철학과 교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은 ‘정의란 무엇인가’란 저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적 석학이다. 그의 또 다른 저서 ‘왜 도덕인가(Public philosophy: Essays on morality in politics)’에서 언급된 ‘옳음은 좋음에 우선한다’는 정치철학자들의 주장은 필자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물론 정치철학자들의 주장과 필자의 좌우명은 그 내용이나 적용하는 대상에 상당부분 차이가 있기는 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선택을 할 때 ‘옳음’과 ‘그름’, ‘좋음’과 ‘나쁨’을 그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필자는 선택의 기로에서 옳음과 좋음이 상충될 경우 좌우명에 따라 옳은 것을 선택하려고 노력한다. 옳음과 좋음이 상충될 경우 너무나 당연하게 옳음을 선택할 것 같지만 실제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많이 갈등하거나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좋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옳지 못하지만 좋음을 선택하는 경우 그 결과가 그 순간 또는 일정 시기까지는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결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선택이 개인적인 것이라면 그 결과는 개인에 머무르겠지만 사회적 문제 또는 사회시스템과 관련된 경우 그 결과의 파장은 매우 크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고에서는 개인적으로 눈길을 끈 두 가지 사례에 주목해 보려고 한다.

올해 초 모 중앙 일간지에서 수록된 논설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규제평가 꼴찌한 울산, 산업수도 맞나’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논설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2016 전국 규제지도’의 결과를 인용한 어느 기자의 논설이었다. 울산광역시가 더 이상 기업들이 선호하는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그 대책을 울산광역시가 고민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지만 그 이유가 울산광역시의 강한 규제 수준 때문이라는 뉘앙스로 서술되어 있었다.

모든 규제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어서 만들어진다.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물환경과 대기환경을 개선·보호하여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시민들의 안전한 주거환경 확보 등을 위하여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목적 달성에 효과적이지 못하고 기업에만 부담을 주는 ‘규제를 위한 규제’는 정리가 되는 것이 맞겠지만, 그렇지 않은 규제는 지키는 것이 마땅하다. 기업들의 편의를 고려하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기업들에게는 좋은 일이겠지만 시민과 사회시스템의 안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는 옳지 못한 일이며 사회 대다수 구성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예로 든 논설은 다른 지역과 우리 울산광역시의 규제 수준을 비교하기에 앞서 그러한 규제들이 필요한 규제인지 아닌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었어야 했다. 현재 우리 울산광역시는 경제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많은 대책들이 추진되고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 과정에 있어 옳음이 좋음보다 우선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대기환경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울산광역시에 기후-대기 전담부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적응 정책, 기후변화의 속도와 정도를 약화시키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저감 정책, 시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쾌적한 대기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 이러한 정책들은 그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또한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하여 정책이 수립 및 이행되어야 하고, 다른 지자체와의 협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지속성과 과학적 전문성이 요구된다. 아울러 기후변화와 대기환경 문제는 그 원인이 되는 행위가 유사하기 때문에 업무를 함께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관리 요소가 매우 많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충분한 인력의 확보가 요구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후-대기 전담부서의 신설은 옳다고 판단된다.

최근 우리 울산광역시에서 기후-대기 전담부서의 신설이 논의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지역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행정조직을 개편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다른 지자체에 비해 적은 수의 공무원으로 시의 관리 및 행정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울산광역시의 경우 그 어려움은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기후-대기 전담부서의 신설을 위하여 분산되어 있는 관련 업무를 한 부서로 집중하고, 관련 인력을 재배치하며, 필요한 추가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그러기 때문에 시의 행정조직과 인력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옳음’과 ‘좋음’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기후변화와 대기환경 문제를 개선하여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대기환경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개선하기 위하여 전담부서가 마련되는 것도 옳은 일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옳음이 좋음에 우선한다는 원칙 아래 기후-대기 전담부서가 신설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마영일 울산발전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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