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소중한… 매력도시 ‘중구’ 투어
익숙하지만 소중한… 매력도시 ‘중구’ 투어
  • 윤왕근 기자
  • 승인 2017.03.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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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리대밭.

가왕(歌王) 조용필이 부른 어떤 노래에서였던가.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사람들은 흔히 익숙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고 산다. 부모님이 항상 계실 것 같기에 감사함을 특별히 느끼지 못하고, 시골에 있는 고향친구들보다는 사회에서 만난 인적 네트워크에 집착하며, 눈에 익은 고향풍경을 다른 지역의 명소와 비교하며 볼품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13일 울산시 중구가 ‘2019 올해의 관광도시’에 선정됐을 때도 이같이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중구는 지난해 11월 문광부가 전국 23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추진한 ‘2019 올해의 관광도시 선정·육성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올해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최대 25억원의 국비를 지원받게 됐다. 이번 주말 울산의 원도심인 중구 곳곳을 둘러보고 결국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 바로 옆에 있었다는 것을 느껴봤으면 한다.

◇문화도시 선정 실사단이 놀란 ‘십리대밭’

지난달 7일 2019 올해의 관광도시 선정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3차 현장심사를 위해 중구 십리대밭을 방문한 실사단이 보인 반응은 의외였다.

29만m²면적 약 4kkm에 걸쳐 펼쳐진 대숲 장관을 본 실사단은 “(대숲 명소인)전남 담양보다 나은 것 같다”, “어째서 이런 대숲이 전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울산시민들은 십리대밭을 매일 거닐며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하지만, 관광 관련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사단은 이 십리대밭에 굉장한 의미를 부여했다.

흔히 일반 국민들은 ‘울산’하면 ‘산업수도’의 이미지가 강해 십리대밭이나 반구대암각화, 영남알프스 등 울산에도 아름다운 관광지가 많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 휴가지로 거제와 울산을 추천했을 때도 국민들은 조선업 불황에 따른 ‘립서비스’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십리대밭은 태화강 공원을 걷다 보면 울산 태화교와 삼호교 사이 태화강 양편에 형성된 곳으로 대나무밭이 태화강을 따라 십리에 걸쳐 펼쳐져 있다고 해서 ‘십리대밭’이라고 부른다.

본격적으로 대밭이 형성된 곳은 무거동 삼호교부터 태화동 동강병원까지다. 이 대밭은 일제시대 잦은 홍수 범람으로 농경지 피해가 많아짐에 따라 주민들이 홍수 방지용으로 대나무를 심어서 생긴 백사장위의 나무가 오늘의 십리대밭으로 변했다.

하늘 높이 뻗은 대나무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숲 터널을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 장관으로 그 규모가 상당하다. 또 좌우로 빼곡한 대나무는 안과 밖을 확실하게 구분지어 초록의 향연을 만들어낸다. 이곳에는 산책뿐 아니라 죽림욕장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평상에 누워 죽림욕을 즐길 수도 있다.

십리대밭을 한눈에 감상하려면 강 건너편에 있는 태화강전망대에 올라가보는 것이 좋다. 4층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하늘과 울산 도심의 건물들, 십리대밭, 그리고 태화강이 한데 어우러진 절경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 똑딱길.

◇을씨년했던 원도심의 부활

중구 원도심은 60~70년대 공업화로 인해 급성장하는 울산의 모습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이었다.

당시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울산으로 모여들자‘장급’ 여관이 수도 없이 생겼고 울산극장이나 태화극장 같은 영화관에는 젊은 인구가 북적였다. 미도파백화점이나 주리원백화점 등이 문을 열어 “돈을 벌었지만 쓸 곳이 없었던” 당시 울산 제조업 근로자들의 수요를 맞춰주기도 했다.

이같이 경제나 문화, 교통의 중심으로 영원할 것 같았던 중구 원도심은 터미널이나 기차역의 이전, 삼산 신도시 개발로 그 중심이 이동하면서 쇠락을 길을 걸었다.

노후한 건물이 즐비하고 을씨년스러웠던 원도심의 몰락은 그렇게 20년 가까이 이어지다가 최근 다시 젊은이들이 다시 찾는 ‘핫플레이스’로 변신했다.

‘울산, 중구로다(中具路多)’라는 이름의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구는 아날로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중구의 분위기와 현대적 감성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성남동 먹자골목 주변 ‘장급’여관이 많이 위치해 있던 곳은 코발트 블루의 감성적인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했고, 구석에 방치된 옛 대하장 건물 3-4층에 지어진 게스트하우스는 원도심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옥상에 두루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으며 노래를 부르고 추억을 쌓는 곳으로 변했다.

성남동 카페 피프티 세븐 사이 골목에 위치한 ‘똑딱길’은 원래 쓰레기 더미가 가득하고 그로 인해 우범지역으로 인식돼 사람들에게 외면당했던 골목길이었지만 중구는 이 골목길을 감성이 묻어나는 재탄생하기로 결정하고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우는 등 정비를 시작,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있는 골목길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거리는 노상방뇨를 하고 있는 꼬마와 치마가 들춰진 마릴린 먼로를 놀란 눈으로 보고 있는 강아지 등 재미있는 내용의 벽화로 가득하다.

그외에도 복합문화상가 크레존을 중심으로 카페거리는 커피나 홍차 등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있는 카페가 즐비한 곳으로, 이곳이 특별한 점은 뻔한 느낌의 프랜차이즈 커피숍 한 두곳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카페가 독립적인 상호와 분위기를 가진 카페들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지자체의 노력은 원도심은 예전의 영광을 차츰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 큰애기야시장.

◇중구 부활의 방점 “큰애기야시장”

지난해 11월 야심차게 개장한 울산큰애기야시장은 각종 먹을 거리는 물론 주말에 열리는 버스킹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데이트 장소로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야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보이는 1구간에는 줄지어 있는 다양한 음식 판매대가 나타난다. 스테이크와 초밥, 꼬치 등 여러 음식을 판매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먹거리 천국이다.

고소한 향을 내뿜으며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고기를 도톰하게 큐브로 자른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짭조름하게 간을 하고, 철판에서 구우면 ‘치~~익’하는 맛있는 소리에 몸은 이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도 2구간에는 짬뽕, 막창, 곱창, 칼국수 등 ‘포장마차’를 떠올리는 음식들이 즐비해있다.

이곳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조그만한 테이블이 마련돼있다. 이런 탓에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구간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1구간은 젊은층 유입을 위한 다양한 먹거리 구간으로, 중앙전통시장 사주문 입구부터 뉴코아아울렛까지 170m, 2구간은 가벼운 식사와 술을 마실 수 있는 만남의광장부터 보세거리 입구까지 110m를 개장했고, 3구간은 포장마차 구간인 제임스딘에서 센트럴프라자까지 100m이다.

이들 구간 중, 3구간은 기존 포장마차 구간을 디자인 등 환경을 개선해 포장마차거리로 특화할 예정이다.

운영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7시부터 오전 1시까지 운영한다.

윤왕근 기자

▲ 청춘고복수길.

▲ 이름없는 건물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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