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어쩌다가… 3·1절 울산 곳곳 자취감춘 국기게양
태극기가 어쩌다가… 3·1절 울산 곳곳 자취감춘 국기게양
  • 강귀일 기자
  • 승인 2017.03.01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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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반대 집회 상징물로 사용
태극기 게양 극도로 줄어
“확대해석 말고 가치 되새겨야”
▲ 제98주년 3·1절을 맞은 1일 남구의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180세대 아파트에 태극기를 게양한 곳이 스무 세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정동석 기자
선조들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흔들었던 독립운동의 상징인 태극기가 올해 3ㆍ1절에는 그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국경일이면 당연히 게양해야 할 태극기지만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에서 태극기를 사용하면서 본질이 퇴색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태극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다.

1일 오전 11시께 다녀본 울산 도심 곳곳 아파트에는 태극기가 자취를 감췄다. 남구 옥동의 180여세대 아파트에서는 태극기를 단 집을 찾아볼 수 없었고, 삼산동의 한 아파트는 전체 가구수의 10%인 20여곳만이 태극기를 단 상태였다.

그외 중구, 동구, 북구, 울주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구 우정혁신도시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중 80여세대 아파트 1동에 태극기를 게양한 집은 13곳에 그쳤다.

과거 3.1절을 맞아 태극기가 물결을 이뤘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올해는 길거리에서나 겨우 태극기를 볼 수 있을 뿐, 도심 주택단지에서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중구지역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3.1절을 맞아 태극기 게양에 협조를 바란다는 안내 방송을 지난달 28일 오후 8시, 1일 오전 8시 등 두차례나 했지만 태극기를 게양한 집이 평년대비 10%도 채 안된다”며 “시국이 시국인지라 나부터도 태극기를 달아야할지 고민되니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극기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상징물로 사용되면서 ‘태극기’의 본연의 의미는 사라진 채 이념적인 상징물로 변해버린 셈이다.

태극기를 달지 않았다고 말한 동구 주민 김모(30·여) 씨는 “태극기가 마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에 찬성하는 것처럼 보여서 달지 않았다”며 “주변 친구들을 봐도 나와 같은 고민으로 일단 태극기 게양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은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모바일 설문조사 플랫폼 두잇서베이가 2천700여명을 대상으로 ‘태극기 게양’ 관련 조사를 벌인 결과 ‘3·1절에 태극기를 달지 않겠다’고 응답한 자가 42%를 차지했다. 성인남녀 10명 중 4명은 태극기를 달기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태극기를 보고 불편한 감정을 느꼈고, 특정 집단(박근혜 탄핵 반대)의 상징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태극기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진정한 태극기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남구 주민 최모(38)씨는 “3.1절에 태극기를 다는 것은 애국심의 상징이자 나라를 위해 희생한 애국선열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지 정치적인 상징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국경일에는 국기를 게양하는 것이 수십년째 당연한 일인데도 시국 탓에 태극기 게양을 고민한다는 점을 볼때 태극기의 존엄성이 갈수록 땅에 떨어져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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