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팩에 담아온 족발 (上)
백팩에 담아온 족발 (上)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2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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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그는 가방 하나를 샀습니다. 그의 등에 메는 ‘등 가방’이지요. ‘등 가방’을 영어로 옮기면 ‘백팩’(Back Pack)이라 하니까 이렇게 얘기하면 어떨까요. 현대적 감각도 있을 것 같아 이 명칭으로 부르려고 합니다. 알기 쉽게 말하면 초딩같이 양어깨에 메고 다니는 등 가방입니다. 양손을 흔들면서 걸을 수 있으니까 운동도 되고 행동이 민첩해지기도 하고요.

가방에는 주로 손에 들고 다니는 것과 양쪽 어깨에 메고 다니는 것이 있습니다. 각각 몸에 미치는 운동효과는 전혀 다르고 실용적으로도 차이가 있지요. 손에 들고 다니는 가방은 한쪽 손에만 의지해야 하니까 한쪽 어깨에 부담을 주어 바람직스럽지 않지요. 눈비가 오는 날에는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가 백팩 가방을 새로 구입한 이유는 10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아웃도어용 백팩이 싫증났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명색이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본 것이죠. 신학기 개강 첫날은 마치 결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신랑처럼 넥타이도 메야 되고 신발도 정장구두는 아니지만 발에 편한 캐주얼 신발이라도 신어야 예의가 될 것 같아서요. 그러니까 거기에 어울리는 백팩이면 참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그렇지만 여태 오랫동안 즐겨 사용한 이 아웃도어 백팩은 앞으로도 소중히 보관하여 적재적소에 잘 쓸 겁니다. 먼 곳으로 캠핑이라도 갈 때는 먹을 것, 입을 것, 볼 것을 죄다 담아 넣어갈 수 있으니까요. 소중히 보관해야 할 더 큰 이유는 1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히 새겨져 있어 정(情)도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를 좀 들어볼까요. 일본에 사는 그의 큰딸이 아기를 가졌을 때였지요.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아 아이도 낳아야 하고 친정집 엄마가 있는 한국에서 잠시 머물고 싶어 하는 겁니다. 그런데 출산 한 달 전 어느 날 갑자기 족발을 먹고 싶어 하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평상시의 몸이 아닌 산모의 식욕은 만삭일 때쯤은 왕성하지 않습니까. 옛날 딸아이의 친정엄마가 처음 아이를 가졌을 때는 점심으로 설렁탕 두 그릇이나 비웠던 적도 있었지요.

백팩을 메고 ‘걷기를 좋아하는’ 그는 그 말을 듣고 있으려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기회에 한번 애비로서 할 일을 해보자는 마음이 섰던 것입니다. “그럼 좋아! 걷기를 좋아하는 내가 심부름 한번 할게. 걱정 마! 아버지가 시내에 볼일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족발을 사갖고 오면 되잖아…”

족발가게는 그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몇 군데 있습니다. 그러나 울산에서 제법 이름이 있는 맛집이 있다고 하니 그곳 족발을 사 먹이고 싶어 했지요. 이름이 ‘74족발’이라는 맛집입니다. 좀 특이하지요. 74라…. 장충동족발이나 할매족발은 들어봤어도 이런 이름은 생소했습니다. 지나가다 그 간판을 보면 이름이 재미나 다시 돌아보게 되지요. 재미있게도 이 가게 사장님이 태어난 생년이 ‘1974년’이어서 그렇게 작명을 했다고 합니다.

세상에 안되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이렇게 하면 다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 있게 사업을 성공시켜 보겠다는 점주의 의지가 돋보입니다.

집에서 그곳까지 걸어가면 그의 걸음으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곳이니까 9키로 정도 될 겁니다. 한 20리 가까운 거리가 되는 것이죠. 걸어가는 길도 재미있습니다. 울산은 이제 옛날의 그 공해도시가 아닌 지 오래됐어요. 울산의 상징, 태화강과 대나무 숲길이 넓게 펼쳐지지요. 이제 생태도시로 바뀌어 큰 자랑거리가 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도시가 되었지요.

<下편으로 이어짐>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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