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대숲 1월의 백로, 5년간의 조사·관찰 자료
삼호대숲 1월의 백로, 5년간의 조사·관찰 자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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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대숲은 남구 무거동 1번지이다. 태화강의 중류에 있다. 국내 최대의 백로류 번식지이며, 떼까마귀와 갈까마귀의 월동지이다. 매년 1월은 1년 중 가장 추운 날의 연속이다. 백로는 여름철새인데도 1월에도 관찰된다. 이 글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매년 1월 삼호대숲을 잠자리로 이용하는 월동(越冬) 백로 개체수를 조사·관찰한 자료이다.

기온과 수온의 변화는 시시각각 조류(鳥類)와 어류(魚類) 등에 각각 영향을 준다. 기온이 낮을 경우 여름철새인 백로는 잠자리에서 일찍 이소하여 물에 발을 담그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기온보다 높은 수온을 체온 증가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수온이 낮을 경우 물고기는 함께 모여 큰 원을 그리며 미동조차 없다. 이런 맥락에서 어느 것 하나 지속가능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르므로 시시각각 자료를 쌓아야 한다.

자연과학은 데이터 축적이 기본이다. 변화무쌍한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려면 꾸준한 조사·관찰에 의한 자료 축적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지 조사에 의한 바탕자료인 빅 데이터를 활용하면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관찰 대기 시간은 기상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보통 일출 기준 40∼50분 전이다. 백로의 조사·관찰 시간은 최초 이소 시각 후 1시간으로 했다. 조사·관찰 지점은 태화로 32번 조류탐사대이다. 조사 연도와 일수는 2011년 31일(100%), 2012년 31일(100%), 2013년 10일(32.3%), 2014년 7일(22.6%), 2015년 17일(54.8%)로 총 96일간 조사했다. 5년간 155일 중 96일(62.0%) 조사한 셈이다.

조사자의 주거지에서 관찰지까지는 편도 15㎞ 거리이며, 총 2천880㎞를 운행했다. 조사·관찰 시간은 현지에서 하루 약 3시간으로 총 288시간이다. 조사에 이용한 차량은 배기량 995㏄, 연비 14.8㎞/L의 경형 승용차였다. 96일간 소비한 휘발유 소비량은 192ℓ였다. 현재 휘발유 1ℓ당 1천498원으로 치면 28만7천616원을 연료비용로 사용한 셈이다.

2011년의 경우 조사·관찰 31일간 기온은 영하에 머물렀으며, 평균 최저기온은 -6.2℃였고, 최저기온은 -13.5℃였다. 백로가 잠자리인 대숲에서 날아 나오는 일출기준 이소 시각은 평균 -27분이었다. 해뜨기 27분 전에 잠자리에서 날아 나왔다는 의미이다. 백로의 개체수는 최대 46마리, 최소 4마리, 평균 22마리였다.

2012년의 경우 조사·관찰일 31일 중 23일은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렀다. 평균 최저기온은 -2.1℃였고, 최저기온은 -8.9℃였다. 일출기준 이소 시각은 평균 -20분이었다. 월동한 백로 개체수는 최대 36마리, 최소 26마리로 평균 30마리가 삼호대숲을 잠자리로 이용했다.

2013년의 경우 조사·관찰일 31일 중 27일은 영하권에 머물렀다. 평균 최저기온은 -3.7℃였고, 최저기온은 -10.2℃였다. 일출기준 이소 시각은 평균 -23분이었다. 월동한 백로 개체수는 최대 31마리, 최소 19마리로 평균 25마리가 삼호대숲을 잠자리로 이용했다.

2014년의 경우 조사·관찰일 31일 중 27일은 영하권에 머물렀다. 평균 최저기온는 -0.9℃였고, 최저기온은 -5.2℃였다. 일출기준 이소 시각은 평균 -29분이었다. 월동한 백로 개체수는 최대 116마리, 최소 56마리, 평균 86마리가 삼호대숲을 잠자리로 이용했다. 2015년 경우 조사·관찰일 31일 중 27일은 영하권에 머물렀다. 최저평균기온는 -0.8℃였다. 최저기온은 -5.2℃였다. 일출기준 이소 시각은 평균 -29분이었다. 월동한 백로 개체수는 최대 133마리, 최소 50마리로 평균 80마리가 삼호대숲을 잠자리로 이용했다.

2011년, 2012년, 2013년과 비교해 2014년, 2015년도에 삼호대숲을 잠자리로 이용한 백로의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은 평균 최저기온이 높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연도별로 백로의 개체수가 달랐던 것은 기상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름철새인 백로가 가장 추운 1월에 잠자리에서 해가 돋아 기온이 올라갈 때가지 기다리지 않고 일찍 잠자리를 벗어나는 것은 추운 대숲의 잠자리보다 따뜻한 수온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울산광역시는 지난 14일 서울 더 프라자 호텔에서 ‘울산이 부른다’라는 슬로건 아래 관광객 400만 명 유치를 위한 ‘2017 울산 방문의 해’ 선포식을 가졌다.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관광울산’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힘찬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수년 전부터 울산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생태관광을 부각시키고 있다. 생태관광에서 조류생태(백로·떼까마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관광도 한 몫을 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울산 생태환경 정책 설명회나 생태관광 활성화 간담회 같은 행사에 조류생태 전문가는 한 명도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아시아 조류박람회(11월) 개최를 앞두고 지역 조류 전문가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관심의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시각에도 삼호대숲에는 떼까마귀와 백로가 겨울을 보내고 있다.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치의(緇衣)와 백의(白衣)가 함께하며, 호의(縞衣)와 현상(玄裳)이 함께한다. 백건반(白鍵盤)과 흑건반(黑鍵盤)이 동참하며, 승속(僧俗)이 태화(太和)로 공존한다. 수년간 날마다 꾸준히 조사·관찰을 반복하는 것은 지역의 생태를 정확하고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하기 위해서이다. 이 자료가 관광객 400만 명 유치에 유익하게 사용되길 기대한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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