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과 1인 피켓시위
현수막과 1인 피켓시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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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반대…모두가 한목소리

기승을 부리던 강추위가 어느새 얌전해진 2월 중순, 동구의회가 새해 주요업무를 보고받는 임시회 첫날이었다. 이날따라 의회의 분위기는 초긴장 상태였다. 지역경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분사와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 결의안을 채택한 뒤 현대중공업을 직접 찾아가 전달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분사가 조선업 불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자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강조하는 사측으로선 지역 정치권의 개입을 석연찮게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용이 불안정한 근로자들로서는 너무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정서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구정을 책임지는 관할구청으로서도 현대중공업의 분사 방침이 일부 기업의 역외 이전으로 이어진다면 인구와 부의 유출은 뻔할 것이므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도 잘 돌아갈 릴 만무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들이 동구주민과 동구청, 동구의회 모두가 시름에 잠기는 이유인 것이다.

최근 현수막을 내거는 것도 이러한 상황 전개에 대한 우려의 표현이다. 필자도 같은 지역구 시의원과 함께 ‘현대중공업,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공멸이다. 이제 상생의 길을 도모하자’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소위 ‘보수’라 일컫는 구 새누리당 의원들마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현대중공업의 분사와 구조조정을 한목소리로 반대하면서 지역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거센 바람에 펄럭거리는 현수막에는 그간 잠잠했던 지방의원들의 숨결이 흠씬 묻어난다. 현대중공업에 바라는 간절한 요구와 우리의 목소리가 다 같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숨결이다.

현대중공업이 잘되고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동구주민 모두의 공통분모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방법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진정성을 잃지 말고 서로가 지향하는 방식대로 최대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동구민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아야

바로 그날은 수십 년간 무료로 이용하던 대왕암공원 주차장의 유료화가 시행되는 첫날이었다. 필자는 보통 잠이 들면 아침에 깰 정도로 숙면을 취하고 잘 자는 편이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새벽녘에 몇 차례나 잠을 설치며 예정보다 더 일찍 눈을 뜨고 말았다. 부끄럽지만 이런 일은 극히 드물다. 사실 ‘새벽형’이 아니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필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을 다가온다.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1인 피켓시위’ 때문이었다. 출근길, 익숙하지 않은 피켓을 들고 동구청 앞에 서는 것하며 모두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일찌감치 나 자신과 한 약속이 아니었다면 피켓 드는 일은 벌써 포기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울산교육연수원 이전에 대한 요구는 수년 전부터 의회에서도 해왔고, 지난달에는 답답한 심정을 칼럼에 담아 토로한 적도 있었지만 해결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유료주차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왕암공원을 거쳐 교육연수원으로 향하는 안에 합의까지 한 상황이다. 이는 교육연수원 진입을 위해 연간 3백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찾는 대왕암공원의 광장을 차들이 지나게 됨을 의미한다. 아이들의 놀이터를 지나가야 하는 등 안전상 위험이 뒤따라 심히 우려되는 합의이기도 했다.

수년간 교육연수원 부지조차 어디로 갈지 선정하지 못하다 보니 동구민만 애꿎은 피해를 보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동구의 미래가 걸린 대왕암공원을 위해서라도 교육연수원 터는 하루빨리 동구주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울산시교육청은 더 이상 동구민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필자가 피켓을 든 이유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교육연수원이 꼭 동구에 있을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주장을 편다. 실제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울산시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이나 공공기관을 동구에 하나라도 더 유치하기 위한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다행히도 김기현 시장 취임 이후 어린이테마파크와 울산시육아종합지원센터가 동구에 들어설 예정이지만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울산교육연수원의 이전은 더 이상 미룰 사안이 아니다. 김복만 교육감의 공약대로 교육연수원의 동구 내 이전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동구를 벗어나도 괜찮다는 일부 여론은 확실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동구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 찬반 설문조사와 함께 공청회나 토론회 등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박은심 울산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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