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지금이 외양간 고칠 때다
구제역, 지금이 외양간 고칠 때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19 2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주용 칼럼]

국내에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에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한국 축산업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만큼 국제적으로 민감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하는 걱정이었다. 흔히 구제역을 ‘정치·사회적 바이러스’라고 하는 이유도 직접 동물에 미치는 영향보다 오히려 국제무역과의 관련이 매우 깊어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은 2000년 경기도 파주의 젖소농장에서 최초로 발생했고 반경 3km 매몰 처리, 10km 이동 제한 등 신속한 대처로 23일 만에 2천216마리 2천725억원의 재정으로 막았다. 그런데 2년이 지난 2002년에 또다시 발생해 이번에는 53일간 16만155마리를 매몰 처리하는 데 1천58억원이 들어갔다. 그 이후 ‘구제역 청정국가’ 지위를 회복하고 8년이 지나 잊을만할 즈음인 2010년 11월 29일, 안동의 돼지농장에서 시작한 구제역은 무려 202일 동안 353만5천792마리, 2조8천695억원의 천문학적 재정 투입과 가축 피해로 이어지는 국가재난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그 이후의 방역은 살(殺)처분에서 예방접종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치료보다는 예방’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이젠 안심이다”하고 뇌리에서 구제역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싶어 했다. 그런데 예방접종이 전부가 아니었다. 4년이 지난 2014년에는 162일 동안 655억원을 들여 17만4천807마리, 지난해(2016년)에는 59억원을 들여 3만3천73마리, 올해(2017년)에는 2월 15일 현재 1천425마리를 처리했다. 2010년과 올해는 A, O형 바이러스가 혼재하여 나타나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역습인가? 허점을 간파한 것인가?

우리는 무병장수(無病長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한 가지 정도의 병이 있는 사람이 더 건강에 대하여 조심하기에 장수한다는 말이 있다. ‘일병장수(一病長壽)’가 현실적 대안이다. 구제역 바이러스와 공존하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완벽에 가깝도록 꼼꼼하게 해야 한다. 운 좋게 잘 지나가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임해야 바이러스와의 한판에서 겨우 본전을 찾을 수 있다.

그 중심에 축산농가가 있다. 가축 사육이 생업이다. 안심하고 기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국가나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다. 현재는 구제역 긴급행동 지침(SOP)에 따라 시스템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많은 분들이 수고하고 심지어는 살처분 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로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안타깝다.

앞서 살펴본 역사와 같이 구제역은 언제든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백신(vaccine)을 접종하는 과정에서 보면 보정(保定)시설이 불편하다. 힘이 든다. 소를 보정할(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을) 때마다 어떻게 붙잡을지 망설이게 된다. 한우농가의 경우 대부분의 소 주인들은 나이가 많아 힘에 부친다. 방역요원이나 수의사는 소를 보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주사를 놓거나 소의 상태를 살피거나 피를 뽑는 전문적인 일을 해야 한다.

현장에 가면 소를 붙잡는 일차적인 일부터 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치게 된다. 전문적인 일이 자칫 소홀해질 수 있다. ICT 기술을 활용하여 소의 보정시설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을 손가락만으로 움직이듯이 스위치만 누르면 소나 돼지가 완벽하게 보정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첨단이다.

주사를 놓을 때 가축이 움직이면 주사약의 흡수가 떨어질 수 있다. 가축의 완벽한 보정시설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확실한 예방접종과 각종 질병 진단을 위한 혈액 채취와 초음파 진단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구제역 방역 항체가를 조사하기 위한 혈액 채취의 전수 조사가 안 되고 농장별 샘플 조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쉽고 완벽하게 가축을 보정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일어나는 일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이는 간편하고 편리해 활용하고자 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기에 그렇다. 쉽게 손가락 하나로 보정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가축방역 이론에 따른 주사기 혈액 채취와 과학축산을 위한 체중 측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자주 시설을 이용하면 가축의 스트레스도 적고 운동효과도 있어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17년 구제역이 종식되어도 언제 또 나타날지…. 지금부터가 첨단기술을 활용한 소의 보정시설을 개발할 때이다. 달리 말해 지금이 첫 단추인 외양간을 고칠 때인 것이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도과장/ 농학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