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배려(配慮)
[목회일기]배려(配慮)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1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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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IT강국으로 스마트한 시대를 맞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풍성한 삶을 살고 있는데 사회는 어두운 그늘이 많다. 학교폭력을 저지르고, 약자를 ‘왕따’시키고, 제자나 부하직원을 성추행하고, 장애인이나 외국근로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일들이 많다.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고 남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이익을 취하려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어둡게 만든다.

자주 찾아오는 선거 때마다 상대방을 비난하고, 확인되지 않은 문제를 폭로하고, 인신공격을 일삼고, SNS로 인격적으로 깊은 상처를 주는 일도 적지 않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면서 상대후보의 인격도 배려하지 않고 짓밟는 사람들이 당선되어 큰소리치는 모습을 보면 은연중에 ‘배려하면 짓밟히고 어떤 수단으로든지 짓밟아야 이긴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선진국 정치지도자들의 신사적, 인격적, 탈권위적 모습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비신사적, 비인격적이고 너무 권위적이며 질 낮은 정치에 익숙해 있다. 언론들 또한 ‘국민의 알 권리’를 빙자해 개인의 인권을 짓밟고 사생활까지 폭로하여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최순실 사건과 대통령 탄핵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의 보도 태도가 그랬다고 생각한다. 범죄자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보도한다는 느낌이 강했고,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고,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개인의 사생활까지 파헤치고 공개하는 행태는 도를 넘었다고 본다. 인권국가라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해도 죄인의 인권은 보호해야 하는데 판결도 받기 전에 언론보도로 인권이 침해당하고 인격적 형벌을 받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배려란 ‘配(짝 배)’와 ‘慮(생각할 려)’ 자를 써서 ‘짝처럼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리 복지제도가 좋아지고, 국민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경제력이 좋아져도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없다.

미국의 최고급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 사장 ‘조지 볼트(George Boldt)’의 일화는 많은 감동을 준다. 조지 볼트의 일화는 이렇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늦은 밤 미국의 한 지방 호텔에 노부부가 들어왔다. 예약을 하지 않아 방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밖에는 비가 너무 많이 쏟아졌고 시간은 이미 새벽 한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정이 딱해 보였던 노부부에게 직원은 “객실은 없습니다만, 폭우가 내리치는데 차마 나가시라고 할 수가 없네요. 괜찮으시다면 누추하지만 제 방에서 주무시겠어요?” 하면서 직원은 기꺼이 자신의 방을 노부부에게 내주었다. 직원의 방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을 맞이한 노인이 말하길 “어젠 너무 피곤했는데 덕분에 잘 묵고 갑니다. 당신이야 말로 제일 좋은 호텔의 사장이 되어야 할 분이네요. 언젠가 제가 집으로 초대하면 꼭 응해주세요.”라고 말하고 떠났다

2년 후 호텔 직원에게 편지 한 통이 왔다. 그 안에는 뉴욕으로 초대한다는 편지와 뉴욕 행 비행기 표가 들어있었다. 2년 전 자신의 방에 묵게 했던 노부부가 보내온 초청장이었다. 그는 뉴욕으로 갔다. 노인은 그를 반기더니 뉴욕 중심가에 우뚝 서 있는 한 호텔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호텔이 맘에 드나요?” “정말 아름답네요. 그런데 저런 고급 호텔은 너무 비쌀 것 같군요. 조금 더 저렴한 곳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겠어요.” 그러자 노인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 호텔은 당신이 경영하도록 내가 지은 겁니다.”라고….

그 노인은 백만장자인 월도프 애스터(William Waldorf Astor)였고, 조지 볼트의 배려에 감동해 맨해튼 5번가에 있던 선친 소유의 맨션을 허물고 호텔을 세운 것이다. 변두리 작은 호텔의 평범한 직원이었던 조지 볼트는 그렇게 노부부에게 했던 것같이 따뜻한 친절과 배려를 통해 미국의 최고급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의 경영자가 되었다. 그리고 조지 볼트는 노부부의 딸과 결혼해 사위가 되었고 배려를 바탕으로 호텔을 성공적으로 경영하여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사장이 되었다는 실화다. 이처럼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내가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 후일에 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경에는 포도원 품꾼의 비유가 있다. 포도원 주인이 이른 아침에 일꾼을 찾으러 인력시장에 나가서 품꾼들에게 포도원에서 하루 일하면 한 달란트씩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사람들을 포도원에 들여보냈다. 한낮에도 놀고 있는 사람이 있어 포도원에 가서 일하면 상당히 주겠다고 해서 들여보내고 일 끝나기 한 시간 전에도 일이 없어 놀고 있다는 사람을 포도원에 들여보냈다.

한 시간 일하고 하루 일과가 끝이 났다. 포도원 주인은 청지기를 시켜 하루 품삯 한 데나리온씩을 주게 했다. 포도원 주인은 맨 늦게 와서 한 시간만 일한 사람에게도 한 데나리온을 주라고 했다. 하루 종일 일한 사람들은 불평을 했지만 포도원 주인은 일을 찾지 못해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한 시간 일하고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품꾼에게 배려를 한 것이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교회에서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3명은 교회를 오래 다닌 학생들이었고 1명은 우리 교회에 온 지 몇 달밖에 안 되는 학생이어서 같이 주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고민 끝에 성경에 포도원 주인이 한 시간만 일한 품꾼에게도 하루 종일 일한 품꾼들과 같이 한 데나리온을 주도록 배려한 것을 떠올리며 교회 나온 지 몇 달 안 된 학생에게도 다른 학생들과 같이 장학금을 주었다.

예수님은 누가 억지로 오리를 가게하거든 그 사람과 십리까지 동행해 주라고 하셨다. 식당에서든, 화장실에서든, 주차할 때든, 운전할 때든, 학교나 직장생활을 할 때든 우리의 생활 주변에서 사소한 것부터 남을 배려하면 한결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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