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예술창작소, 주인 왜 바꾸었나?
북구예술창작소, 주인 왜 바꾸었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0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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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를 리모델링해서 꾸민 북구예술창작소는 1층에는 전시관이 있고, 2층에는 청년예술가들이 입주하여 작품활동을 하는 울산 최초의 레지던시 공간이다. 레지던시(Residency)란 예술가들이 그 지역에서 머물며 예술 작업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주최 기관은 해당 작가에게 창작, 공동창작 및 거주를 지원하게 된다.

주 작가들은 북구예술창작소에서 본인의 예술 창작 작업뿐만 아니라, 북구와 염포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린 예술 활동도 함께 하면서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전시회도 여러 차례 열어 왔다. 그 덕분에 지역주민들은 작가들의 작품 감상에만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서 문화예술을 생활 가까이에서 느끼는 소중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특히 청소년과 아동을 위한 특화된 예술 프로그램은 근거리 문화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적 창의성과 사고의 힘을 기를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북구예술창작소는 지난 3년간 입주 작가들의 전시 및 기획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결과전, 오픈 스튜디오, 해외작가 교류 등 많은 사업을 펼쳐 왔다. 그리하여 북구예술창작소는 실력은 있어도 뼛속까지 힘든 젊은 예술가들의 보금자리가 되었고, 울산 북구청은 레지던시 사업을 선도적으로 수행하는 멋진 지자체라는 위상을 가질 수 있었다.

레지던시 사업에 참여했던 젊은 작가들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지역의 예술가들은 지난 3년간 북구예술창작소에 많은 애정과 열정을 쏟았다. 개관 후로는 이런 분들과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레지던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새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레지던시 사업의 경험이 전혀 없고, 문화예술과는 거리가 있는 단체가 느닷없이 위탁운영의 주체가 되고 만 것이다.

북구예술창작소를 함께 일궈 온 문화예술인들은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나 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입주하고 싶어 하는 전국의 수많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그리고 해외교류의 파트너였던 태국의 예술가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현실을 개탄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지역에서 처음 시도해 보는 사업이다 보니 레지던시 사업에 대한 관련 공무원들의 이해가 떨어지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업을 수행할 수 없도록 끊임없이 사업예산을 삭감하고, 임금마저 삭감하고는 그 삭감된 예산으로 사업을 하라고 하고, 끝내 첫 번째 위탁공모에 응시조차 할 수 없게 만든 작금의 현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 북구청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북구의회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고,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한 시민으로서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

북구예술창작소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과 손잡고 양정동 오치골에서는 골목 갤러리를 조성했고, 염포동 신전마을에서는 ‘시장 가는 길’ 벽화를 꾸미기도 했다. 마을의 우편함을 제작하고 마을지도를 만드는, 주민들과 직접 만나는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예술가들과 주민들 사이의 소통은 물론 이들 마을을 예술이 숨 쉬는 마을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해 왔다.

지금 전국의 유명한 마을들을 보라. 모두 문화예술과 결합되어 있다. 쇠퇴해 가는 마을에 전문예술인들의 손길이 닿으면서 낙후된 골목길이 ‘가 보고 싶은 마을’로 변모하고 있다.

현재, 염포·양정동은 정체되어 있고, 인구도 줄고 있고, 상권도 무너지고 있는 지역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6년부터는 도시재생사업에 나서고 있다. 도시재생사업 또한 성공하려면 문화예술과 만나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에서 북구예술창작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 시기에 한 번 더 재위탁할 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로 위탁공고를 내어 전혀 엉뚱한 단체에게 사업을 맡기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응할 때는 북구예술창작소가 있어서 좀 더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외면해 버렸으니 실컷 이용해 먹고는 내팽개치는 ‘토사구팽’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금 대한민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더불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로 떠들썩하다. 청문회에 나와 이래저래 잘도 피해 다니던 최고의 권력자는 결국 블랙리스트 문제로 구속까지 되었다. 세월호 관련 시국선언을 했다고, 야권 인사를 지지했다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예산 지원을 끊는 것은 아주 저급하고 비열한 짓이다.

바닷가의 한적한 도서관에 불과했던 ‘인문학 서재 몽돌’에 한 예술인이 들어가면서 생기를 불어넣고, 사람들이 찾아가는 명소로 변모했다. 하지만, 단체장에게 줄을 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만두게 되었다.

지역에서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잘 운영하고 있던 단체를 배제하고, 예술과 전혀 상관없는 단체에 위탁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지자체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아니고 무엇인가?

비단 울산 북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자체 위탁 기관이나 보조금 지원 단체를 길들이려는 지자체 단체장들이 아직도 있다. 사라져야할 적폐이다.

2017년에는 제발 품격 있게 지역의 문화예술인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강진희 울산북구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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