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산책]“밥이 없으면 떡을 먹고
경제가 어려우면 휴일을 늘리면 되죠”
[대학가 산책]“밥이 없으면 떡을 먹고
경제가 어려우면 휴일을 늘리면 되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3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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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하고 아주 먼 옛날, 헐조선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헐조선은 남쪽에서는 왜구의 잦은 ‘땅에 침 바르기’ 도발, 북쪽은 노랑털 친구 국가의 ‘나도 먹고살기 힘드니까 너도 알아서 잘먹고 잘살아’ 절교 선언, 동쪽 땅에서는 잦은 지진 및 해일로 인한 민란 발생, 서쪽에서는 이어지는 흉년으로 인한 백성들의 탈(脫) 헐조선 계모임 구성 등으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다. 이때 한 왕위 계승자는 뽑아주기만 하면 모든 문제를 내가 해결하겠노라 약속하여 백성의 압도적인 지지를 통해 당선되었다.

하지만 새롭게 왕위에 오른 임금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본인은 열심히 일하는데 밑에 신하들이 문제였다. 어전회의에서 임금은 신하들에게 나라를 위한 본인만의 비책을 설명했고, 신하들은 이를 받아 적게 했다.

“자, 이건 무척 중요하니 1순위로 해야 합니다.”

“이 사안은 국방 관련 사안이니 무척 중요합니다.”

“경제, 일자리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들 아시죠?”

“지금 이 상황에서 이것보다 중요한 사안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친구국가와의 관계회복, 국가 백년지대계를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지진에 놀란 국민의 마음을 다독거리는 일, 그것은 기본입니다.”

신하들은 혼동이 되었다. 임금이 주문하는 모든 사안이 다 중요한 사안이어서 어느 것을 우선순위로 처리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임금은 신하들을 불러 본인이 지시한 일들이 처리되지 않음을 힐책했다.

“아니, 내가 우선순위로 처리하라고 한 일들이 어찌 이리 지지부진합니까? 이건 모두 여러분들이 긍정적인 마인드로 꼭 이루겠다는 의지가 부족해서입니다. 의지만 있으면 못할 일이 무엇입니까? 무쇠를 갈아서 바늘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못 들어보셨습니까?”

신하들은 눈치를 보다가 하나둘 힘든 점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먼저 백성들의 생활을 담당하는 신하가 얘기했다.

“전하, 백성들은 쌀이 떨어져 먹을 것이 없습니다.”

임금이 답했다.

“쌀이 없으면 떡을 먹으면 되잖습니까? 도대체 왜 생각이 그리 꽉 막혔습니까? 창조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신하는 받아 적었다. 쌀 대신 떡. 떡 대신 빵. 빵 대신 쌀???

경제를 담당하는 신하는 생활을 담당하는 신하가 임금에게 혼이 나는 걸 보고 이렇게 간언(諫言)했다.

“전하, 지금 나라 경제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나라살림 고민터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니 지난연도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2조원, 일자리 창출 효과가 2만개였다고 하옵니다.”

임금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나라를 위한 용단(勇斷)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지금부터 우리 헐조선은 1년 365일을 공휴일로 지정할 것입니다. 나라를 위한 일이니 힘들어도 적극적으로 추진 바랍니다.”

그리고 몇 년 뒤…… 헐조선은 지도에서 사라졌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물론 가상의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말이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를 일으키는 현상에 대한 이해 및 현상을 일으키는 근본원인에 대한 올바른 분석이 필요하다. 현상에 대한 단순한 처방은 같은 문제를 계속 일으키며 심지어는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접근방법이 좋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문제에 대한 ‘왜?’라는 질문을 3번 이상 던져보는 것이다. 젊은 백성들은 왜 헐조선을 탈출하려고 하는 걸까? 희망이 없어서이다. 왜 젊은 백성들은 희망이 없을까? 사회적 계급이 고착되었기 때문이다. 왜 사회적 계급이 고착화되었을까? 이렇게 계속 ‘왜?’라는 질문을 던져 나온 원인이 현상을 일으키는 근본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라는 홍보물이 있기에 펼쳐 보았더니, 국민 여러분에게 진심(眞心)이 닿을 때까지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 노력은 계속된다고 큼지막하게 적혀있고, 그 밑에 세 가지를 적어놓았다. 그 중 한 가지가 국회의원도 이제 민방위에 편성되게 한다는 것이었다. 20대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55.5세이고, 여성 국회의원의 수가 51명이다. 국회의원 중 민방위 편성 대상이 몇 명이나 된다고 이걸 국회가 특권 내려놓았다고 홍보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이런 형태의 특권 내려놓기로 국민의 진심에 닿으려면 이번 생(生)은 기다리다 망할 것 같다(이걸 요즘 젊은이들 언어로 ‘이생망’이라 한다).

<안남수 울산과학대 안전및산업경영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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